박정인 학술연구교수(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 디지털소프트웨어공학부)
바야흐로 올해도 대학의 2학기가 끝나간다. 저자는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취재요청이 오면 늘 도움을 주고자 하다 보니 올해 많은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 이번 학기를 정리하며 떠올랐다.
바로 '대학교수의 TTS 강의'가 교수의 강의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은 "학교에 두는 교원은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강사로 구분한다"라고 하고 있고 제15조 제2항에서는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에 따른 산학연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을 교육,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예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칙 또는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과 지도를 하여야 한다.
인공지능 음성합성(Text-to-Speech, TTS)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대학 강의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일부 교수들이 자신의 음성을 학습시킨 TTS 시스템을 이용해 강의 영상을 제작하거나, 음성만 자동으로 생성된 'AI 강의'를 업로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방식의 강의가 과연 대학교수(교원)의 '강의 이행'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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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인 교수 |
대부분의 대학교육인증기준은 '교수의 직접적 수업 참여와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교육의 본질로 본다. 강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파악하고, 질문·토론·피드백을 통해 학습을 심화시키는 상호적 과정이다. 따라서 교수의 TTS 음성만이 재생되는 일방적 콘텐츠가 '강의 이행'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매우 신중히 따져야 한다.
먼저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 견해는 교수의 강의 의무를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직접적·대면적 교육 행위의 이행 의무로 본다.
대학교수는 학생과 학교 간의 교육서비스 계약에 따라 강의·지도·평가를 성실히 수행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는 교수의 '직접적 행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TTS 음성만으로 자동 생성된 강의는 교수의 실제 강의 이행이 아닌 대체수단에 불과하며, 교육계약상 급부의 본질적 부분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즉, 교수의 직접적 참여 없이 제작된 TTS 강의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이행지체 또는 불완전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학생의 등록금은 강의·상호작용·피드백 등을 포함한 교육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납부된 것이므로, 교수의 육성이나 실시간 피드백이 결여된 TTS 강의는 '불완전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논리를 지지함에 있어서 교육 및 연구의 수행이라는 교원의 직무는 인격적·지적 지도 행위를 포함하는데, 이는 기계음성으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행의무 위반'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결국, 교수의 TTS 강의는 학생의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학교는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책임 내지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병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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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뉴스핌] 최지환 기자 = 1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가상융합산업대전(KMF2025)에서 관람객들이 칼리버스 부스에서 VR 컨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AI와 만난 가상융합, 모두의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열린 'KMF2025'는 오는 14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2025.11.12 choipix16@newspim.com |
한편 기술발전과 교수의 교육재량을 중시하는 견해는 TTS 강의도 강의 이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수의 강의 의무를 '교육콘텐츠의 제공'이라는 결과의무로 해석한다면 교수의 음성이 직접 전달되었는지 여부보다, 강의 내용이 동일하게 전달되고 학생이 학습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법적으로는 '이행 완료'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강의 시대에 교수의 직접 녹음 강의와 TTS 음성 강의 사이의 실질적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TTS 기술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교수의 음성을 기반으로 한 합성강의는 '교수의 저작물'로 볼 수 있고, 이는 위탁형 교육이행의 한 형태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며 교육의 본질을 '상호작용'보다 '콘텐츠 전달'에 두는 한, TTS 강의는 불완전이행이 아니라 정상적 계약이행의 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TTS 기술의 장점을 생각해 보면 TTS는 발음·청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접근성 보조수단이 될 수 있고, 시간 제약이 큰 온라인 강의 제작 과정에서 교수의 부담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편의가 교수의 '책임 있는 교육 행위'를 대체할 수는 없다. 교육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상호작용(interaction)에 있으며, 이는 현재의 TTS 기술이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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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라리스오피스는 구글이 개발한 AI 기반 이미지 편집 툴 '나노바나나'를 웹버전에 탑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폴라리스오피스] |
또한, 대학 강의는 단순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교육서비스 계약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격이 분명하다. 교수의 강의는 학문적 판단과 교육적 배려가 결합된 창의적 노동으로, 이를 AI 음성으로 대체하면 학생이 계약상 기대한 교육서비스의 실질적 이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대학이 이러한 AI 강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학생의 등록금 납부에 따른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다. 교수의 강의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표현이다. TTS 음성으로만 이루어진 강의는 교수의 직접적 교육 행위가 결여된 상태이며, '강의 이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교수의 육성 강의를 보조하거나 보완하는 범위 내에서 TTS를 활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대학은 강의의 '형식'보다 '책임'과 '상호성'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교수의 목소리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교수의 존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채무불이행으로 보는 견해와 그렇지 않은 양 견해 모두 일정한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교육의 법적 관계를 단순한 계약 이행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대학교수의 강의는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문 전수'라는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음성합성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TTS 음성만으로 제작된 강의는 최소한 교육의 실질적 이행으로 보기 어렵고, 일정 부분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품질상 불완전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 AI가 음성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교수의 학문적 판단과 학생을 향한 책임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기술이 편리함을 줄 수는 있어도, 교육의 신뢰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대학교수들은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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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2025.04.28 moonddo00@newspim.com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산업안전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