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동결자산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1400억 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실행하는 구상과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 보증' 역할을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전쟁 종식 방안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고, 러시아의 강력한 공세에 영토를 계속 빼앗기는 등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서방 동맹으로부터의 재정 지원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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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중앙은행, 자료=블룸버그 통신] 2023.05.05 koinwon@newspim.com |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용해 ECB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상금 대출'의 최종 보증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EU 집행위 관계자들의 문의에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은 EU 집행위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에 현금으로 보관돼 있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차입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출한다는 구상이다. 차입과 대출은 모두 무이자로 진행된다.
러시아 동결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27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2100억 유로 정도가 EU 역내에 묶여 있고, 특히 유로클리어에 1850억 유로가 동결돼 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은 처음엔 국채였는데 최근까지 만기 도래로 1400억 유로 정도가 현금으로 전환됐다.
벨기에와 유로클리어는 이 자산을 가져다 쓰길 원한다면 EU 회원국 전체가 그에 해당하는 확실한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 자산 동결을 규정했던 EU의 제재가 갑자기 해제될 경우 이 돈을 모두 러시아에 돌려줘야 하는데 누가 그 돈을 감당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EU 집행위는 EU 회원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출을 보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갑자기 대러 제재가 해제돼 각 정부가 각자 보증한 만큼의 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면 자칫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국가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게 된다.
EU 제재는 6개월에 한 번씩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로 연장되지만 헝가리 등 친러 성향의 국가들은 EU 제재안에 대해 줄곧 불만을 표시해왔다. 언제든 EU 제재가 해제될 수 있는 것이다.
FT는 "벨기에는 미국과 러시아 간 평화 합의가 EU 제재를 무력화시켜 유로클리어가 러시아에 동결 자산을 즉각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극한 상황에 대비해 EU 집행위는 ECB가 최종 대출 보증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던 것인데 ECB가 이번에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ECB는 내부 검토 결과 이 같은 구상은 ECB가 회원국의 재정적 의무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고 이는 해당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FT는 "이코노미스트들이 통화적 재정조달이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ECB의 신뢰도 상실을 초래한다는 점 때문에 EU 조약에서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오는 18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 전까지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과 관련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내년 2분기까지 외부 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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