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중앙은행이 12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Euroclear)를 상대로 러시아 동결 자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로클리어에는 서방의 제재로 총 1850억 유로(약 320조원)의 러시아 자산이 묶여 있다.
유럽연합(EU)이 이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이자 대출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자 러시아가 이 자산에 손을 대지 말라고 서방에 경고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로클리어가 불법적 행위를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 소유의 자금과 증권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모스크바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동결된 자금의 규모와 동결된 증권의 현재 가치, 예상 수익 손실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 이외 국가의 법원이 이번 소송에 관할권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우호국과 적대국을 포함한 국제법원에도 무조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자 전 세계에 퍼져있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약 2740억 유로로 추정된다. 이 중 2100억 유로가 EU 역내에 묶여 있는데 그 중 88%인 1850억 유로가 유로클리어에 예치돼 있다.
나머지 250억 유로는 프랑스(180억 유로)와 벨기에의 민간은행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일 EU 역내에 동결돼 있는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일명 '배상금 대출')에 활용하자는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초기 대출 규모는 900억 유로로 향후 2년에 걸쳐 집행하자는 것이다.
EU는 오는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모이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대출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벨기에와 유로클리어 측은 만약 불시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풀릴 경우 이 자산을 러시아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EU 차원의 자금 확보 보증과 러시아의 소송 제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러시아가 배상금을 낼 때까지 동결자산이 절대 상환될 수 없도록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6개월에 한 번씩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갱신됐는데, EU 집행위와 독일 등 주요국은 27개 회원국 중 55% 이상(15개국), EU 인구의 65%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는 '가중다수결'을 동원해 대러 무기한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EU가 동결자산을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할 경우 우리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및 기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의 배상금 대출 구상은 미국과의 마찰도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하면서 러시아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미국 정부와 기업 등이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해 러시아와 함께 투자와 운용을 결정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