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올인…거래소 투자·준비 무위
가상자산거래소 "연내 안된다면 내년 초라도 빠르게 추진 기대"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위원회가 당초 연내 개방을 공언했던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법인 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을 준비해왔던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그동안의 투자와 준비가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을 맞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인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법인 등 약 3000여개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 재무 목적 보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라도 법인은 투자 및 보유할 수 없는 구조였던 국내 가상자산 투자 환경을 크게 바꾸는 조치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12월 16일 현재 금융위원회에서는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은커녕 구체적인 시행 일정조차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연내 시행 가능성은 제로다.
금융위 가상자산 관련 부서가 현재 진행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도 국회 입법 절차 돌입을 앞두고 쟁점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 및 승인·감독 권한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서 금융위원회 해당 부처는 조정 작업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지연의 이유는 포괄적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틀 안에서 감독 규정 개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지만, 이미 하반기 법인 거래 허용을 상장하고 조직 및 기술 투자에 나선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그동안의 투자와 계획이 무산되는 '당국발 악재'를 맞이했다.
이 같은 문제는 금융당국의 정책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올해 내' 등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해놓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향후 다른 로드맵 발표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그동안 하반기 법인 투자 재개를 준비해 별도 조직을 만들고 법인 영업을 위한 인력 채용, 법인 회원 유치를 위한 업무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점유율 1위를 지키려는 업비트와 법인 투자 개시를 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마케팅 등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거래소들은 법인 거래 허용을 대비해 기업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한 기술적 투자와 보안, 효율적 관리 체계 도입 등에 투자하면서 준비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와중에 국내에서는 법인 참여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 대해 시장의 불만도 상당하다.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신중함'과 '결정을 미루는 불확실성'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을 위해 중요한 사안인 만큼 빠른 논의가 진행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인 참여 허용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연내가 안된다면 내년 초라도 빠르게 추진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염원했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