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아닌 기술적 반등"…투자 심리는 여전히 '공포'
실물 자산 강세 속 박스권 장세 지속 가능성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일시 9만달러선 회복을 시도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 반등을 제공했으나 23일 다시 8만7000달러대로 밀렸다. 금과 구리 등 실물 자산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안전자산과 성장자산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시간 오후 7시 40분 현재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49% 내린 8만752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8만7000~9만달러선 부근에서 거래되며 박스권 상단을 시험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다시 3조달러를 넘어섰지만, 분석가들은 이번 반등이 신규 자금 유입보다는 장기간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2025년 고점 대비 약 30% 낮은 수준이며, 연초 가격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더리움(ETH)은 2.44% 내린 2966달러로 3000달러 아래로 다시 밀렸다. XRP, 솔라나(SOL), BNB 등 주요 알트 코인도 1~2% 하락하고 있다.

◆ "회복 아닌 기술적 반등"…투자 심리는 여전히 '공포'
Fx프로의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은 회복이라기보다 저점에서의 기술적 시도"라며 "투자 심리는 극단적 비관에서 다소 완화됐을 뿐, 위험 선호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포·탐욕 지수도 25 수준으로, 여전히 공포 국면에 머물러 있다.
계절적 흐름 역시 부담이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4분기에만 22% 이상 하락해, 주요 약세장을 제외하면 최근 수년 중 가장 부진한 연말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도 아시아·유럽 거래 시간대 상승분이 미국 시장 개장 이후 되돌려지는 흐름이 반복되며 변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 중앙은행은 금, 개인은 비트코인…수요 구조의 한계
자산 시장 전반의 상대 성과는 비트코인의 부진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올해 금 가격은 온스당 4450달러를 돌파하며 70% 급등했고, 구리도 35% 상승해 글로벌 경기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를 반영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연초 이후 약 6% 하락해, S&P500(17%), 나스닥(21%)은 물론 실물 자산 대비로도 뒤처졌다.
시장에서는 금과 구리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AI 주도의 성장 기대와 함께, 재정 악화·통화 가치 훼손·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구리 대비 금의 상대적 강세는 글로벌 경제가 'AI 주도의 취약한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이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금' 서사 역시 월가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x리서치의 마르쿠스 틸렌 설립자는 "비트코인은 신흥 기술 자산이라기보다 장기 보유용 패시브 자산으로 포장돼 왔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공감할 만한 사용 사례 기반 성장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금이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정부 기관 등 주권 투자자들의 핵심 보유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 등 위험 감내 성향이 높은 투자자층이 수요의 중심이라는 지적이다.
◆ 실물 자산 강세 속 박스권 장세 지속 가능성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앰버데이터의 그레그 마가디니 파생상품 총괄은 "금은 글로벌 중앙은행과 주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대체하기 위해 선택하는 대표적인 실물 자산이지만, 비트코인은 개인들이 통화 가치 훼손에 대비해 보유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과 규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만큼, 향후 의미 있는 상승 국면을 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주권 차원의 수요가 새롭게 유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횡보를 '에너지 축적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Re7캐피털의 루이스 하얼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은 비트코인보다 약 26주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의 강세는 오히려 향후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기관의 행보는 여전히 엇갈린다. 비트코인 최대 상장사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MSTR)는 최근 추가 매입 대신 주식 발행을 통해 현금을 늘렸고, 블랙록은 비트코인이 연간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를 2025년 핵심 투자 테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비트코인이 실물 자산 강세와 거시 불확실성 사이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변동성 높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