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신이 공동 설립한 로비업체 회장…미 기업 차별 프레임 시도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최근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이 된 쿠팡에 대한 한국 국회의 규제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쿠팡의 보안 관리 소홀 등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태를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 규제'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관계 재균형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국이 미국 테크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그 노력을 저해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처우를 받도록 하고, 이 분야에서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강하고 조율된 미국의 대응이 핵심적"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측근으로 분류되는 그의 발언은 쿠팡이 최근 약 3370만 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하며 한국 내에서 거센 비판과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쿠팡의 보안 관리 소홀이나 정보 유출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 규제'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재 자신이 공동 설립한 전략 컨설팅 및 로비 업체인 '아메리칸 글로벌 스트래티지(American Global Strategies, AGS)'의 회장(Chairman)을 맡고 있다. AGS는 홈페이지를 통해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컨설팅 펌으로, 백악관, 국무부, 에너지부, 재무부, 상무부, 국방부(펜타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의회, 그리고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을 포함하여 정부 최고위직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테프들이 고객들에게 지정학적 리스크 평가와 국제 자문을 포함한 전문가적 통찰력 및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쿠팡은 한국 법인 지분 100%를 미국 상장사인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이다. 쿠팡 모기업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취임식에 100만 달러(15억 원)를 기부하는 등 지난 5년간 약 1000만 달러(150억 원) 이상의 대규모 로비 자금을 투입해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의 이번 발언 역시 이러한 광범위한 대미 로비 활동의 결과물이 반영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