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 아닌 야당 출신 3선 의원 발탁
첫 출근길서 "韓 경제 회색 코뿔소" 진단
韓 경제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 지적
[서울=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6년 1월 출범을 앞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되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가 아닌 보수 진영 3선 출신의 경제통을 예산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단순한 통합 인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후보자는 진보진영에서 펼쳐왔던 '확장 재정' 노선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온 만큼 향후 어떤 전략을 취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이 후보자는 임시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 코뿔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인구, 기후, 극심한 양극화, 산업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발생한 '위기'라는 취지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풀어낼 수 있는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후보자가 과거 의원 시절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이하의 근로계약 자체를 위법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전에 차단하자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으로 현 정부가 주문하는 '현장 체감형' 민생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자제한법도 민생정책과 결을 같이 한다. 당시 이 후보자는 기존 체계가 각종 수수료와 연체료를 통한 편법 고금리 구조를 방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법·편법 금융 근절, 과도한 채무 구조 개선 등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금융 약자 보호'와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초대 기획처 장관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처는 기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총리실 산하에 두는 구조로, 현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 축이다. '예산 권력 분산'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진보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이 후보자의 입장 변화 여부도 관심이 주목된다. 이 후보자는 2017년 바른정당 대표 시절,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을 평가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2020년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제22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면서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별도로 (간담회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