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돌발행동 언제든 트럼프 심기 자극 가능성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극적으로 화해하기까지 JD 밴스 부통령의 치밀한 물밑 조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퍼스트 버디'로 불리던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올해 초 집권 이후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소셜미디어 엑스(X)의 영향력을 동원했지만,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예산 삭감 등 거침없는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입법안인 '감세법안(Big, Beautiful Bill)'을 머스크가 "국가를 파산시킬 오물"이라며 공개 비난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특히 머스크가 신당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하며 "배신자들을 심판하겠다"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의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하며 정면 보복에 나섰다.
이 파국을 수습하기 위해 밴스 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밴스는 머스크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표를 분산시켜 마가(MAGA) 진영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판단하고, 머스크는 물론 그 측근들과 수개월간 연락하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그는 머스크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아이작먼의 NASA 국장 재지명을 강력히 추진했고, 결국 이달 중순 상원 인준을 성사시켰다.
동시에 머스크와 인사권 등을 두고 대립했던 세르지오 고르 백악관 인사국장은 주인도 대사로 전보되며 백악관을 떠났다. WP는 "고르의 경질이 두 사람의 감정적 앙금을 씻어내고 화해의 물꼬를 텄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결정적 변곡점은 지난 9월 발생한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핵심 우군이자 보수 우파 활동가인 커크가 유타주에서 총격으로 숨진 뒤, 정치적 위기감을 느낀 머스크가 다시 공화당 중심의 결집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머스크는 백악관 만찬에 참석해 트럼프와 재회하며 화해를 공식화했고, 최근 공화당에 거액의 후원금을 다시 기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휴전이 여전히 살얼음판이라고 지적한다. 머스크의 돌발 행동이 언제든 트럼프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으며, 실리콘밸리 재벌과의 지나친 밀착이 밴스 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밴스의 중재는 단순한 화해를 넘어, 트럼프 이후(2028년 대선)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고 짚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