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남정훈 기자 = 경기 전부터 리바운드 싸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DB 김주성 감독이 선수들의 집중력 있는 골밑 장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즌 막판으로 향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나온 완성도 높은 경기력이었다.
원주 DB는 31일 오후 9시 30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부산 KCC를 99-82로 제압했다. 시종일관 주도권을 쥔 DB는 17점 차 대승을 거두며 리그 4연승을 달성했고, 시즌 전적 17승 10패로 단독 3위에 오르며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날 DB의 승리는 에이스들의 압도적인 활약에서 출발했다. 이선 알바노는 25점 11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공격 조율과 득점을 동시에 책임졌고, 헨리 엘런슨은 30점을 몰아치며 KCC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공·수에서 중심을 잡으며 DB가 흐름을 내주지 않도록 이끌었다.
주전뿐 아니라 벤치 자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벤치에서 출발한 이용우는 14점을 기록하며 상대 수비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고, 선발로 나선 김보배 역시 8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짧은 출전 시간에도 알찬 기여를 했다. 특히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에서 김보배의 에너지는 초반 흐름을 가져오는 데 큰 힘이 됐다.
DB는 이번 시즌 1·2라운드에서 KCC에 연이어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공수 밸런스를 앞세워 화끈한 설욕전에 성공한 DB는 이번 승리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가장 중요한 승리요인은 역시 리바운드였다. 경기 전부터 리바운드 우위를 원했던 김주성 감독이기에 선수들은 공을 선점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양 팀은 30개의 리바운드로 동률을 이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성 감독은 차분한 어조로 승리의 요인을 짚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 줬다"라며 "무엇보다 경기 초반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점수 차를 벌려놓고도 따라잡히거나, 역전을 허용하면서 무너진 경기가 있었다"라며 "오늘은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했다. 공격에서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하자고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 줬다. 그게 오늘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주성 감독의 운영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3쿼터 중반까지 엘런슨과 알바노를 한 번도 코트에서 빼지 않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미 경기 흐름이 DB 쪽으로 기울어 있었기에 이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다른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분위기가 좋을 때 확실하게 밀어붙여 점수 차를 여유 있게 만들어 놓고 싶었다"라며 "상대가 파울을 써서라도 흐름을 끊으려 할 때, 우리가 끝까지 분위기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벤치에서 14점을 책임진 이용우의 활약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팀 뎁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용우나 박인웅 같은 선수들을 조금씩 기용하면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며 "알바노가 많은 시간을 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선수들이 부담을 나눠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우는 꾸준히 잘해주고 있고, 특히 수비에서 기여도가 상당히 크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김주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새해 덕담을 전해달라는 질문에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는 "오늘 아침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오늘 장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하자고 했다. 이겨야 스토리가 생긴다고 말했다"라고 웃으며 돌아봤다.
이어 "2025년을 돌아보면 선수들이 3라운드까지 정말 잘해줬고, 라운드별 목표 승수도 대부분 달성했다"라며 "내년에도 큰 부상 없이 지금처럼 똘똘 뭉쳐서 시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