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는 티켓을, 리스는 문화를, 윌슨은 성적을 책임진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는 몇 년 전만 해도 침체된 리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케이틀린 클라크, 에인절 리스, 에이자 윌슨으로 이어지는 슈퍼스타 3인방이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파급력은 이제 미국 전체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국내 여자프로농구(WKBL)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 '케이틀린 클라크 효과'…실력과 흥행의 완벽한 결합
인디애나 피버의 가드 케이틀린 클라크는 WNBA 흥행의 출발점이다. 2024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올스타와 올WNBA 팀에 이름을 올리며 곧바로 리그의 얼굴이 됐다. 2025시즌에도 평균 16.5점, 8.8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리그 최상위권 슈터이자 플레이메이커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흥행 지표는 압도적이다. 클라크의 인디애나 유니폼은 데뷔 시즌 WNBA 전체 판매 1위에 올랐고, NBA까지 포함해도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저지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의 합류 이후 인디애나의 티켓 판매는 1년 만에 260% 이상 급증했고,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는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케이틀린 효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배경이다.
◆ 에인절 리스, 코트를 넘어선 '문화 아이콘'
시카고 스카이 포워드 에인절 리스는 다른 방식으로 WNBA를 확장시키고 있다. 2025시즌 평균 13.6득점, 12.8리바운드로 리바운드 1위를 기록하며 경기력에서도 상위권 선수임을 증명했다. 꾸준한 더블더블 행진은 팀 전력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리스의 진짜 영향력은 코트 밖에서 폭발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520만 명으로 WNBA 선수 중 1위이며, 각종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로 꼽힌다. BET '올해의 여성 선수' 수상, 인기 뮤지션과 협업, 패션·광고 캠페인 모델 활동까지 더해지며 그는 WNBA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 에이자 윌슨, 커리어로 증명한 '절대 1강'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빅맨' 에이자 윌슨은 성적과 커리어에서 비교 불가의 존재다. 2025시즌 평균 23.4득점, 10.2리바운드, 2.3블록, 1.6스틸로 득점과 블록 1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WNBA MVP를 네 차례(2020·2022·2024·2025년)나 수상하며 역대 최초 4회 MVP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우승 기록 역시 화려하다. 2022·2023·2025년 라스베이거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WNBA 3회 우승, 2회 파이널 MVP를 기록했다. 2025시즌에는 정규시즌 MVP, 파이널 MVP, 수비왕, 득점왕을 한 시즌에 모두 차지하는 전례 없는 업적을 남겼다. 미국 언론이 그를 'WNBA의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로 부르는 이유다.
◆ WKBL과 대비되는 구조적 차이
WNBA의 전성기는 우연이 아니다. 슈퍼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 방송 편성, SNS 전략으로 관심과 수익을 동시에 키웠다. 반면 WKBL은 리그를 상징하는 전국구 스타의 부재, 선수 개인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딩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관중과 중계권, 스폰서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WNBA는 '케이틀린 효과' 이후 팀별 수익이 수백 퍼센트씩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WKBL은 남자 농구와 다른 프로 스포츠에 관심을 빼앗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 시스템과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다.
WNBA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터널을 지나왔다. 지금의 전성기는 실력과 캐릭터를 겸비한 슈퍼스타 3인방을 중심으로 리그·구단·스폰서·미디어가 한 방향으로 힘을 모은 결과다. 국내 여자프로농구가 마주한 과제는 경기력 향상을 넘어, 팬과 대중이 열광할 '이야기 있는 스타'를 어떻게 발굴하고 키울 것인가에 있다는 점을 WNBA의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