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권·접법성 여부도 다툴 듯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첫 출석해 '마약 테러(나르코테러리즘) 공모' 등 중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인정 여부를 밝히는 절차에 나선다. 미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에서 전격 작전을 통해 그를 체포한 지 이틀 만으로, 한때 국가 원수였던 마두로는 이제 미국 연방법정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적 공방을 시작하게 됐다.
◆ 헬기·장갑차 동원된 철통 호송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치소(MDC)에 수감돼 있던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이날 이른 아침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된 중무장 호송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먼저 헬기를 타고 맨해튼 남단 헬기장으로 옮겨진 뒤, 무장 병력이 배치된 호송 차량으로 갈아타 법원에 도착했다.
법원 주변에는 이른 시각부터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려 긴 줄을 이뤘고, 인근 워스 스트리트(Worth Street) 일대에는 경찰과 연방 요원들이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 2020년 기소 뒤 6년 만의 대면
마두로 전 대통령은 2020년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서 나르코테러리즘 공모, 코카인 미국 수입 공모, 기관단총·파괴적 장치(폭발물 등) 불법 보유 및 그 공모 등 네 가지 혐의로 먼저 기소된 바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그의 체포나 기소로 이어질 제보에 최대 1500만 달러(200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며 '마약 테러' 사건의 최정점 인물로 규정했다.
이번 미국 송치는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미 특수부대와 정보·사법 당국이 합동으로 단행한 전격 작전의 결과다. 마두로는 작전 직후 미군 통제 하에 구금된 뒤 해군 함정과 항공기를 거쳐 미국 본토로 이송됐고, 뉴욕 브루클린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날 맨해튼 연방법원으로 옮겨졌다.
◆ 올해 92세 헬러스타인 판사 심리
마두로 부부는 미 동부시간 기준 5일 정오(한국시간 6일 오전 2시)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심리에 출석해, 2020년 기소장에서 제시된 네 가지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밝히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사건 심리는 뉴욕 남부연방지검(SDNY) 관할로, 1933년생으로 올해 92세인 앨빈 K. 헬러스타인 연방판사가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판사로 임명된 뒤, 9·11 테러 관련 소송을 비롯해 국가안보와 테러, 국제 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온 베테랑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마두로 사건 역시 마약 테러와 국제법, 대외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고도의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마두로 측 "불법납치·국제법 위반" 주장
미 검찰은 마두로가 콜롬비아 무장조직과 국제 마약 카르텔 등과 결탁해 수년간 대규모 코카인을 미국으로 유입하도록 공모·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실상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두로 측은 이번 체포를 두고 "주권 국가의 전직 지도자에 대한 불법 납치"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 법원에서도 관할권과 체포 절차의 적법성을 정면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공소사실 자체뿐 아니라 미국이 전·현직 국가원수에게 형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이번 군사·첩보 작전이 국제법상 정당화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