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이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라는 작전명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사건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약과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막대한 원유 자원을 미국 석유업계의 투자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 이익 계산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작전에는 정치적 셈법 역시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두로를 체포한 강경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리더십과 결단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거나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후반부의 정책 추진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외국 독재자보다 내 지갑부터 챙기라"는 유권자들의 냉소도 만만치 않다.
◆ '마두로 축출 작전' 미국인 10명 중 3명만 지지
실제로 미국 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4~5일 미국 성인 1248명(표본오차 ±3%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군사 개입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의 72%는 미국이 남미 국가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당별로는 의견 차가 뚜렷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65%가 이번 군사 작전을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1%만이 찬성했다. 무당층의 지지율은 23%에 머물렀다.
이번 작전은 미국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를 자국의 배타적 영향권으로 설정하고, 비(非)서반구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트럼프식 외교 노선,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도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러한 영향력 확대 외교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화당 응답자의 43%는 "미국은 서반구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으며, 반대는 19%에 그쳤다. 나머지는 유보 또는 무응답이었다.
마두로 축출 작전 덕분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지난해 12월(39%)보다 올랐고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5일 미국 성인 2092명(±2.7%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CBS뉴스·유거브 공동 조사에서도 군사 개입 지지율은 36%, 반대는 39%로 나타나 찬반이 당파적으로 팽팽히 갈렸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이번 작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당층 응답자의 경우 26%만 베네수엘라 개입을 지지했고, 48%는 반대했다.

◆ 공화당 내부에서도 갈린 베네수엘라 개입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번 작전을 둘러싼 온도 차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일각에서는 "마두로 축출은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는 첫 단추"라며 대외 강경 노선을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마가 내 전통적 보수·고립주의 성향 의원들은 "남미에서의 새로운 군사 개입은 끝없는 소모전에 불과하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와도 어긋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지난 주말 자신의 팟캐스트 '워 룸(War Room)'에서 "미군이 희생 없이 마두로를 축출한 임무 방식 자체는 좋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에서 우리가 저지른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경 마가 정치인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뒤 이번 달 은퇴를 앞둔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마가 지지자들이 끝내려고 투표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행위를 저질렀다"며 "외국 정권 교체, 해외 전쟁 자금 지원이 반복되는 동안 미국인들은 생활비·주택비·의료비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 경우 현지시간 8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자적인 추가 군사 행동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절차 표결을 가결하기도 했다.
실제로 '감당 가능한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힌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직 탈환에 도전 중인 셰로드 브라운 전 민주당 의원은 "오하이오 주민들은 물가 상승에 직면해 있으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가 아니라 오하이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 역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료 인상에 직면한 상황에서, 왜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이 마가 지지층을 분열시킬지, 아니면 결국 결집으로 이어질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성적표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