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는 시트·구동계, 테슬라는 열관리 집중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급격한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의 '전비(전력 효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특성상 기온이 낮아질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난방에 배터리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구조로 인해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시선은 배터리 성능을 넘어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난방과 시트, 파워트레인 등 차량 전반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전비 향상 기술'이 겨울철 전기차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겨울 전비 문제가 조명되면서 차량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기술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내부 전해질의 저항이 커져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줄어드는 등 화학반응으로 인해 충전속도가 느려지고 배터리 소모도 빨라진다.
이는 추운 겨울 야외활동시 휴대폰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난방에도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
이에 현대트랜시스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전기차의 전력 효율성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혁신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아 EV9에 최초 적용된 저전력 카본 열선 시트다. 시트는 겨울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난방 장치 중 하나지만, 기존 금속 열선은 전력 소모와 내구성 한계가 있었다.
현대트랜시스는 금속 코팅 카본 섬유를 활용한 열선 시스템을 개발해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비전력을 15% 이상 줄이고 내구성은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목표 온도에 도달하는 시간도 약 10% 단축됐다.
EV9의 1·2열 시트에 적용한 결과, 기존 열선 대비 약 20~25W의 전력을 절감했고, 공조 히터와 함께 사용할 경우 난방 에너지 소비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전기차에서 난방이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실내 전체를 데우는 공조 히터 대신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시트 난방의 전력 소모를 낮추는 방식이 전비 개선의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구동계에서도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아이오닉5에 적용한 DAS(Disconnect Actuator System)는 4륜구동 전기차의 구조적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전기차는 전륜과 후륜에 모터를 모두 장착하면 주행 안정성과 가속 성능은 좋아지지만, 항상 두 개의 모터와 구동축이 돌아가면서 불필요한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DAS는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 구동축을 0.4초 만에 분리하거나 연결해, 평상시에는 후륜구동으로 효율을 높이고 필요할 때만 4륜구동을 쓰도록 한다.
추월 가속이나 눈길, 빗길처럼 큰 구동력이 필요할 때는 즉시 전륜을 연결하고, 정속 주행이나 도심 주행에서는 전륜을 분리해 전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서 최대 8%의 전비 향상 효과가 확인됐고, 이는 1회 충전 주행거리 500km 차량 기준으로 30~40km를 더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트랜시스의 DAS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4륜구동 전기차에 모두 적용됐다.
더불어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전비 향상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열관리 기술인 '히트펌프(Heat Pump)'를 겨울 전비 전쟁의 핵심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나 차량 구성 요소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로 옮겨오는 방식으로, 전통적 전기 저항식 히터보다 훨씬 적은 전력을 소모한다. 연구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저항식 난방 대비 10~30% 이상 겨울철 주행거리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테슬라는 모델Y부터 히트펌프를 탑재해 겨울 전비 개선에 앞서왔다. 히트펌프는 단순히 실내를 데우는 것뿐 아니라 차량의 폐열과 배터리 온도까지 활용해 전체 에너지 흐름을 최적화하는 구조를 갖춘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히트펌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BMW와 아우디 등은 자사 전기차 라인업에 히트펌프 기반 공조 시스템을 탑재해 냉난방 효율을 높였고, 이를 통해 겨울철 실주행에서의 전비 저하를 억제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혁신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시트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