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기 달아도 끝까지 추적, 본보기 나포 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군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하려던 유조선을 제재 위반 혐의로 또다시 나포하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 남부사령부를 인용해, 미 해병대가 카리브해에서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Dark Fleet·감시망을 피해 움직이는 선단)'에 속한 유조선 베로니카(Veronica)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제한한 이후 여섯 번째 유조선 나포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미 해병대와 해군은 새벽 시간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에서 출격해 전격 작전을 수행했다. 베로니카호는 최근 선명을 '갈릴레오(Galileo)'로 바꾸고 선적국과 선박 등록 정보를 변경하는 등 제재 회피 시도를 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러시아 업체를 통해 소유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장 운항(reflagging·국적기 위장)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원유를 중국 등 제3국으로 운송하려는 그림자 선단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꼽힌다.
미군의 연이은 나포 작전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시장 분석업체 케플러(Kpler) 등은 최근 몇 주 사이 베네수엘라발 원유 선적 물량이 크게 줄었으며, 일부 분석에선 제재 회피에 동원된 그림자 선단 유조선들의 운항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항구에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원유를 싣는 선박은 미국행 유조선과 베네수엘라 국내용 선박이 대부분이라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와 국영 석유공사(PdVSA) 측과 협력해 원유 판매권을 직접 통제하고, 제재 위반 위험이 있는 물량을 직접 인수해 재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에 따라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는 제3국으로 항해하지 못한 채 정박 중인 유조선에 상당한 규모의 원유가 묶여 있는 것으로 해운 분석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번 작전으로 최근 몇 주간 그림자 선단 유조선 보호에 관여해 온 것으로 지목돼 온 러시아와의 긴장도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자국 국기를 단 유조선들이 제재로 나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미군이 직접 나포 작전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사 정보 분석가 미셸 위스 복만은 WSJ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물동량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그림자 선단 모델이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유조선이 베네수엘라 항만에 접근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 해역에서 제재 집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유조선 나포 작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