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 때문에 양질의 인재를 뽑기가 어려워졌어요."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관계자를 만나면 흔히 듣는 말이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 인력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출신 인재'로 반드시 뽑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LH는 채용인원의 30% 이상을 본사가 위치한 경상남도 소재 대학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수도권 대학 출신 채용 규모를 제한하는 상황이 LH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자세히 보면 현실은 조금 다르다. 우선 LH 부진의 원인으로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를 꼽기에는, 아직 공사 내부에서 지역인재 입사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한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의 일반 정규직 정원 대비 이전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2018년 1%, 2019년 1.6%, 2020년 0.69%, 2022년 0.7%, 2023년 0.55%, 2024년 0.71%, 2025년 0.83% 수준이다.
제도 도입 직후였던 2018년과 2019년에는 이전지역인재를 각각 67명, 115명 채용했지만 2020년 49명으로 축소됐다. 이후 채용이 없던 2021년을 제외하고 2022년 45명, 2023년 35명, 2024년 46명, 2025년 55명 등 30~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인재 채용이 조직 성과를 좌우할 정도로 LH 전반의 인력 구조를 뒤흔들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로 특정 대학 출신의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한준 전 LH 사장도 지역인재 채용과 관련해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지역인재 할당제에 문제가 있다"며 "LH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 인재 채용을 하다 보니 공기업 단위로 특정 대학에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입법처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 시행 6년,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 쏠림현상 발생'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3년 LH에 입사한 지역인재 283명 중 190명(67%)이 경상대 출신, 53명(19%)이 창원대 출신이다.
카르텔을 우려하기에 앞서 왜 지역인재 입사자가 특정 대학에 편중되는지 살펴야 한다. 경남에는 서울처럼 규모가 크고 전공이 다양한 학교가 많지 않다. 재적학생 수가 1만명이 넘는 대학은 경상대(2만2143명), 경남대(1만1086명), 창원대(1만72명)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LH 지역인재 채용에서 경상대·창원대 출신 비중이 높은 것은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규모를 다양히 갖춘 지역 대학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LH 지역인재의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은 카르텔 형성의 전조 현상보다도, 지역의 교육 기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에 가깝다.
만약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가 사라지면 LH에 수도권 대학 출신이 대거 유입될까? 경상도 지역 공기업에서 일하는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제도 도입과 무관하게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인력 구성은 애초 근무지와 연고가 맞닿아 있는 직원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 지인은 "연고가 없는 지역 출신들은 본사에 입사하더라도 지방의 생활 여건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퇴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LH 근무자의 70.3%가 본사 근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 논쟁과 별개로, 지방 근무를 전제로 조직을 버틸 가능성이 높은 쪽은 지역 연고 인력일 수밖에 없다.
물론 양질의 인력 수급을 위해 다양한 측면을 고민하는 LH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방 청년이 출신 지역에 남도록 유인하는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는 필요한 정책이다. LH와 정부가 고민하는 '서울 집값 상승과 주택 공급' 문제는 비수도권의 일자리 부족과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이로 인한 서울권 주거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서 출발했다. 서민 주거 안정 의무를 짊어진 LH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에 거리를 두게 된다면 이는 적절치 않을 것이다.
LH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제도 손질보다도, 양질의 인력이 자발적으로 LH를 택하도록 하는 대책이다. 지방으로 내려간 공공기관이 사람을 뽑는 방식보다, 뽑힌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본사 근무 기피와 이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채용 비율만 손질한다고 조직 경쟁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 우선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인프라를 살피고 지원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채용 이후 근속을 책임지는 것은 근무지의 교육 환경, 주거·교통·문화 인프라, 전문성 확장이 가능한 생태계다.
LH의 실적 부진에 대한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가 과도하게 표적이 되는 흐름이 우려된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놓고도 정착을 뒷받침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 정책 속에서, 지역 출신 인력이 평가절하되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 인식 격차가 굳어지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