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협정 비준 절차 중단"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가 올해는 '협력의 장'이 아닌 '힘의 외교' 무대로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 "우리 영토"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면서도 "협상을 거절한다면 기억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유럽은 즉각 반발했고 글로벌 안보 질서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국제기구 리더들이 한데 모인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에 나서자, 현장은 국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힘의 외교' 선언으로 뒤덮였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면서도 그린란드 인수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했고,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압박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럽의회는 연설 직후 지난해 체결한 EU-미국 무역 협정의 비준 절차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베른트 랑게 통상위원장은 "미국이 회원국 영토 주권을 위협하고 관세를 압박 도구로 쓰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 배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그린란드를 갖겠다는 야심이 여전한 이상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도전 과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다보스를 찾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정책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다"며 "이는 외교가 아니라 어리석음(stupidity)에 가깝다"고 일갈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결속력이 약화되고 국제사회의 신뢰가 훼손되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연설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본질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과의 합의보다는 위협과 관세를 지렛대로 미국의 힘을 강압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며 "다보스 포럼이 협력의 취지를 잃고 제국주의 시대의 확장 논리를 재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자신에게 외교를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는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자신의 강경 외교 노선이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통과한, 정통파 정치인인 루비오 장관의 전략적 조언에 기반하고 있음을 부각해 대내외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