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성장 둔화 배경은 수요 아닌 생산 구조 조정
미국·유럽은 순항…중국은 기대와 조정이 교차
밀양 2공장·중국 자싱 공장, 공급 체력의 시험대
불닭 이후를 증명할 차례…포트폴리오와 현지화 과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코스피가 5000선을 바라보는 강세장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입지를 다진 삼양식품의 주가는 오히려 조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급성장으로 외형을 키운 이후 중국 시장 성장에 대한 의구심과 연말 마케팅 확대에 따른 일회성 비용 부담이 맞물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날 12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장중 16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최근 120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118만6000원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약 25% 하락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490억원, 1,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성장이 예상되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성장이 멈췄다기보다 빠르게 달려온 뒤 속도를 조절하는 구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생산 확대 이후 운영 효율과 공급 안정성을 다지는 과정에서 단기 실적이 다소 부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 조정과 비용 부담…중국은 여전히 '관건'
실적 둔화의 배경으로는 수요 부진보다는 생산 구조 조정의 영향이 더 크게 지목된다. IBK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밀양 2공장 가동으로 전체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기존 공장의 주말 특근을 중단한 영향으로 단기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연말 내수 대응 물량을 늘린 점도 수출 증가율 둔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환율과 원가 여건은 우호적이었지만 연말 마케팅 확대와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실적이 기대치를 소폭 밑돌았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 보면 성장의 방향성은 여전히 뚜렷하다. 면·스낵 수출은 연간 5,000억원 이상이 예상되며 미국 시장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에 이어 HEB, 샘스클럽 등 메인스트림 유통망 입점이 확대되며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 역시 유통망 일원화 작업이 이어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 중이다. 이달부터는 밀양 2공장 6개 생산라인이 모두 가동되면서 물량 대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최대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지역 대리상 확대와 간식 채널 강화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과 광군제 판매 부진으로 분기 기준 매출이 일시적으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불닭볶음면 카테고리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확장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2027년 1월 완공 예정인 중국 자싱 공장이 이르면 올해 4분기 일부 라인을 선행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비용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을 통해 중국 내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불닭 이후'를 증명해야 할 시점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 세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안정적인 수요로 자리 잡는지, 밀양 2공장과 중국 공장을 축으로 한 생산·공급 체계가 계획대로 안착하는지, 그리고 불닭 이후에도 제품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장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삼양식품은 최근 신흥 시장 개척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법인 삼양재팬은 돈키호테, 코스트코, CVS(편의점) 등 대형 리테일 채널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유통 채널별 전략을 강화했다. 제품 측면에서도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 건면 파스타 '탱글'을 선보이며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고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를 통해 신사업 역량도 키우고 있다.
다만 불닭볶음면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신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여기에 미국 수출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 부담도 변수다. 그동안 무관세였던 미국 수출에 대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관세가 적용되면서 물류 효율화와 가격 전략 조정, 현지 생산 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양식품의 향후 기업가치 평가는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 대응, 중국·일본 등 신흥 시장에서의 현지화 성과, 그리고 불닭 이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과제들이 실적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삼양식품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