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여자농구의 한 시대를 이끈 임영보 전 감독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80년대 여자 실업농구 국민은행의 전성기를 열며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80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일본 무대에서 감독과 지도자로 활동하며 현역 최고령 지도자 기록을 세웠다.

황해도 해주 출신인 임 전 감독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내려왔다가 국군에 포로로 잡혀 반공 포로로 석방된 뒤 국군 생활을 했다. 군 복무 중 농구를 접해 실업 선수로 뛰었으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이후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1955년 수도여고 코치를 시작으로 동신화학, 국민은행, 태평양,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주요 실업팀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80년대 국민은행 사령탑 시절에는 28연승을 기록하며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도 맡아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국내 무대를 넘어선 도전은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1997년 일본항공(JAL) 여자농구팀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당시 3부리그에 머물던 팀을 꾸준히 성장시켜 2005년 일본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성과를 일궈냈다. 농구와 회사 일을 병행하던 선수들과 한국인 노감독의 우승 스토리는 일본에서 소설과 영화로 제작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2009년까지 JAL을 이끈 뒤에도 지도자 인생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부터 일본 니가타현 순회 코치로 활동했고, 2013년에는 80대의 나이에 일본여자농구 야마나시 퀸비스 감독에 선임돼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당시 22전 전패, 35연패에 빠져 있던 약체 팀을 이끌고 연패를 끊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선수들에게는 엄격한 지도 스타일로 '호랑이 감독'이라 불렸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끝까지 식지 않았다. 이후에도 일본 고교 농구팀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며 코트와 인연을 이어갔다.
유족으로는 아들 임대진·대영·대학 씨와 딸 경미 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용인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이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