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추진잠수함, 한반도 '한국군 주도 억제체계'의 시험대
전작권 전환·방위비 3.5%… 콜비식 '동맹 재편 공식'에 들어가는 한국
연합방위태세 유지 vs 자주국방 확대… 재설계되는 한미 군사동맹 구조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Under Secretary of War for Policy)을 접견했다. 안 장관은 콜비 차관과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전작권 전환, 국방력 강화 등 동맹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 전반을 놓고 조율에 나섰다.
안 장관은 지난해 한미 정상이 채택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한미동맹 발전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2026년을 양국 국방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내는 해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2018년 미 국방부 '국가방위전략(NDS)' 작성을 주도했던 전략가로, 올해 초 전쟁부 정책차관에 취임한 뒤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며 "모범 동맹국(model ally)인 대한민국과의 국방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콜비는 중국을 미국의 '주요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고, 유럽·중동보다 인도·태평양에 전력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중국 우선' 노선을 줄곧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18년 NDS에서 중국의 군사 대국화를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의 방위 분담을 대폭 늘리고,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이 자국 방어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원칙을 박아 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콜비는 2017~2018년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국가안보전략(NSS)과 2018년 NDS를 설계한 '전략 책사'로 꼽힌다. 그의 핵심 구상은 "아시아가 유럽보다 중요하고, 중국은 러시아보다 더 강력한 위협"이라는 인식 아래, 미군의 주력 전력을 인도·태평양으로 돌리고, 동맹국의 군사력과 국방비를 끌어올려 '연합 거부 전략(strategy of denial)'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틀에서 콜비는 한국을 북한 억제의 '전면 부대'이자, 대만·동중국해 분쟁에 대비한 전략 거점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전략 문건과 공개 발언에서 한국을 "비(非)나토 동맹국 가운데 처음으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모범 사례"로 지목하면서, 향후에는 북한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억제하고 미국은 더 제한된 형태의 지원과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관련 협력이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 주도 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을 '질적으로 격상시키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비는 트럼프 2기 국방전략에서 동맹국 해군 전력의 역할을 크게 키우고, 미국은 핵 억제와 전략자산 제공에 집중하는 구조를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을 한국의 독자적 대북 억제 능력과 연계해 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군 안팎에선 보고 있다.
안 장관은 한국군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구현하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앞당기기 위한 세부 로드맵 발전과 연합훈련, 방위역량 평가체계 보완 등에서 양국 간 소통·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측은 기존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하되, 향후 OPCON(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는 한국이 재래식 전력 운용과 북한 억제를 선도하고, 미국은 전략폭격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미사일방어(MD) 등 핵·전략무기를 중심으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동맹국의 '방위비 3.5% 룰'과 전력 증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에도 조 단위(원화 기준) 국방투자 확대와 미산(美産) 무기 도입, 한·미·일 연합훈련 확대를 요구해 왔다.
콜비가 주도한 최신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에는 "한국은 북한 억제에서 1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보다 제한된 형태의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성이 명시돼, 향후 5~10년간 방위비·무기체계·연합지휘구조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핵잠 사업과 이지스 구축함,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탄도미사일 방어체계(KAMD) 등 고가·고위험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한미 간 핵심 협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콜비는 유럽·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아시아에 미군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만큼, 한국이 동북아에서 "스스로 지키는 1선 국가"로서 방위 부담을 더 떠안는 조건으로 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와 정보·지휘통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장관은 회담 말미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굳건한 연합방위태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연합태세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