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2025년 12월 18일,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FY2026)의 일부로 대통령 서명을 받아 공식 발효되었다.
본 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을 '우려 대상 기업(Biotechnology Companies of Concern)'으로 지정하고, 미국 연방정부 및 보조금 수혜기관의 해당 기업 제품·서비스 조달을 단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을 국가안보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입법조치이다.
생물보안법은 바이오 산업과 바이오 데이터, 연구개발 역량, 제조 인프라를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는 미국의 전략적 전환을 상징한다. 반도체, 배터리, AI에 이어 바이오까지 전략 산업의 안보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중국 CDMO 기업, 특히 우시앱텍(WuXi AppTec)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4분의 1이 우시를 거친다는 통계는, 미국 바이오산업이 중국 공급망에 얼마나 깊이 의존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법 시행으로 우시는 단계적 퇴출 절차에 들어갔고, 미국 기업들은 대체 공급망을 시급히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제약 기업들은 분명 중요한 전략적 대안 파트너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협회(BIO) 관계자가 "한국이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 확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인도는 저비용 R&D와 풍부한 인재 풀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정부 주도의 전략 산업 육성을 통해 CDMO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등 일본 기업들은 이미 한국 기업의 직접적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즉, 지금의 상황은 '기회의 창'이 열린 순간이지, '기회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순간'이 아니다.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전략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핵심 이유는 가격이나 생산량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데이터 보호, 연구윤리, 공급망 투명성, 지식재산 보호, 사이버보안, 연구보안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신뢰성이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싸고 빠른 생산자'가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CDMO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능력이 아니라, 기술력에 의해 좌우된다.
바이오는 더 이상 단순한 성장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 자산이며 안보 영역이다. 중국의 퇴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경쟁은 누가 '대체자'가 아니라 '표준'이 되느냐의 싸움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번 변화를 중국이 빠지는 단기적 수주 기회인 반사이익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신뢰받을 수 있는 체계의 고도화, 기술 경쟁력 재편, 글로벌 신뢰를 도모한다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위상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넷주소분과위원회, 웹콘텐츠 활성화위원회 자문위원, 강동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 위원을 역임했다. 공공기관 대상 법령입안강의를 하며, 대학에서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정보보안법, 디지털증거법, ICT트러스트공학, 일반 산업안전, 중대재해법 등을 강의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해인예술법연구소, 숙명여대 초빙교수, 단국대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