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금일 공개된 중국의 1월 물가 지표는 중국경제의 '불완전한 탈(脫)디플레'를 말해준다. 디플레이션 국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바닥을 더듬고 있는 단계라는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하는 반면, 생산자물가는 3년 넘게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구조적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라는 중국 경제의 딜레마를 다시금 드러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디플레이션의 현주소와 전망,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 시나리오를 AI 도구를 통해 예측해봤다.
◆ 1월 물가지표로 입증된 '불완전한 탈(脫)디플레'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했다.
1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하며 4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 전망치인 0.4%를 밑돌면서 여전히 수요 회복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표면상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으나, 완전한 탈출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 항목별로 따져보면 디플레이션의 흔적은 더 뚜렷하다. 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0.7% 하락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식품은 0.4% 상승에 그쳤고, 서비스 물가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는 0.8%로 명목상 플러스지만,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대략 3% 안팎으로 추정)에는 크게 못 미친다.

1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4% 하락하며 2022년 10월 이후 4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다만 하락 폭은 지난해 중반 -3%대와 비교하면 크게 축소돼, 가격의 낙폭이 줄어드는 '완만한 바닥 다지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는 가까스로 플러스, 생산자물가는 깊은 마이너스'라는 결과는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국 특유의 '구조적 디플레이션' 양상을 보여준다.

◆ 디플레의 배경 '수요 부진과 구조적 공급 과잉'
중국 물가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붕괴와 지방정부 재정악화, 고용 불안이 겹치며 가계와 기업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가 된 '중국 헝다그룹(恒大集團 에버그란데)의 디폴트 사태' 이후 이어진 부동산 가격 조정은 가계 자산가치에 직격탄을 날리며 소비 심리를 급랭시켰고, 이는 내구재·서비스 수요 전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급 측면의 왜곡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가 수년간 제조업과 전략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철강, 태양광, 배터리, 일부 첨단 제조 분야에서 만성적 공급 과잉이 고착됐다. 국제금융센터와 각종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보조금 규모는 기업 매출의 4%대에 달해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는 정체돼 있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나니, 기업들은 재고를 털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 결과 PPI는 장기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전달 경로의 약화도 디플레이션을 고착시키는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부분적 재정 확대에도, 채무비율이 높은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 그리고 '미래가 불안한' 가계는 추가 차입과 소비에 소극적이다. 이는 통화·재정 정책이 실물 수요를 끌어올리는 힘이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 향후 전망 '완만한 저물가 지속' 시나리오
1월 지표는 올해 중국의 물가가 2023~2025년에 연출된 '노골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서서히 벗어나되, 목표 수준을 크게 밑도는 저물가·저성장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핵심 CPI가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는 한, 통계적 정의의 디플레이션(전반적·지속적 물가 하락)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낮게 고착될 위험은 여전하다.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가 유력하다.
춘제(중국의 음력 설) 효과와 기저효과로 2~3월 CPI는 일시적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고용·소득이 동시에 회복되지 않는 한 연간 CPI는 1% 안팎의 낮은 상승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PPI는 원자재 가격 안정과 공급 조정으로 하락 폭이 추가 축소될 수 있으나, 플러스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완전히 걷어내려면 단순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가계 소득과 신뢰를 회복시키는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과제는 만만치 않다. 소비·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모델을 전환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저물가·저성장·저신뢰'의 늪에 더 깊이 빠질 수 있다.
◆ 3월 양회 '대규모 부양보단 정밀 처방' 유력
3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전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2026년 한 해 중국의 경기·물가 운용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다.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이 최우선 키워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일괄 부양책이 나오기보다는 정밀·선별적 처방이 제시될 공산이 크다.
예상 가능한 정책 방향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① 소비 보조금·서비스 소비 장려
신에너지차, 가전, 친환경 리모델링 등 '이구환신(以舊換新, 노후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교체)' 정책 하에서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재확인될 전망이다. 문화·관광·헬스케어·교육 등 서비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바우처·쿠폰, 지역별 소비축제 등도 정책 패키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② 가계 소득·고용 안정 강화
청년층·플랫폼 노동자를 겨냥한 고용 지원, 사회보험료 감면,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 완화 등이 거론된다. 지방정부 재정 여력을 감안해 중앙 재정이 직접 가계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방향(현금성 보조, 사회보장 강화)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③ 부동산·지방재정 리스크 완화
미완공 주택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한 정책금융 확대, 1·2선 도시 중심의 주택 구매 규제 완화, 주택 재고 매입 등 부동산 '연착륙' 장치가 추가될 수 있다. 지방정부 특수채 발행 한도 확대, 인프라·공공서비스 투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경기와 물가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④ 공급 과잉 조정과 산업구조 재편
과잉 설비가 누적된 전통 제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AI·반도체·신에너지·첨단 제조 등 전략 분야에는 여전히 선택적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공급 과잉 억제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규제'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메시지가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양회에서는 '대규모 돈풀기'보다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면서도 부채·자산버블 재형성을 피하려는 '균형 재정·완화적 통화·표적형 소비 지원' 전략이 재확인될 것으로 예측된다.
pxx1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