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부거래 등 단독 처리 가능해져...태광 '견제권' 사실상 무력화
롯데 "경영 발목잡기 그만" vs 태광 "대주주의 명백한 횡포" 충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홈쇼핑 이사회 구도가 태광그룹과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지 20년 만에 재편됐다.
1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롯데홈쇼핑이 압도적인 지분율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하며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이사회 재편을 계기로 롯데홈쇼핑의 경영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며, 20년 간 이어온 태광과의 갈등이 봉합될지도 주목된다.

◆롯데 6·태광 3…이사회 구도 20년 만에 뒤집혔다
롯데홈쇼핑은 이날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 이사회의 '불안한 균형'이 깨졌다. 이번 주총에서 롯데 측 추천 이사가 선임됨에 따라 이사회 주도권은 롯데(6명) 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됐다. 20년 간 2대 주주인 태광(3명)과 유지해온 팽팽한 견제 구도가 깨지면서, 롯데는 경영권 인수 20년 만에 단독 의결권이라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2005년 당시 1·2대 주주였던 경방과 아이즈비젼 간 협약에 따라 이사회를 5대 4로 구성했고, 2006년 롯데와 태광이 각각 지분을 인수한 뒤에도 이 구도는 20년 간 유지돼 왔다.

이번 표 대결의 승패는 지분 구조에서 이미 예견됐다. 롯데쇼핑은 롯데홈쇼핑 지분 53.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반면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의 지분은 약 45% 수준으로, 보통결의에서 롯데의 독주를 막을 실질적인 수단이 없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번 표 대결에서 롯데쇼핑이 승리하면서 이사회 구도는 롯데쇼핑 6대 태광 3으로 재편되면서 통상 '3분의 2 찬성'을 조건으로 하는 안건까지 사실상 롯데홈쇼핑 측 단독 처리가 가능해졌다. 구체적으로 롯데홈쇼핑이 계열사 간 거래 확대나 거래 조건 변경 등을 추진해도 태광 측의 견제가 불가하게 된다.

◆20년 '불편한 동거'…내부거래 확대 놓고 또다시 충돌
롯데홈쇼핑과 태광그룹 간 갈등은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과반 지분(약 53%)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태광은 2대 주주(지분 약 45%)로서 주요 의사결정마다 회사 발전에 반하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고 롯데 측은 주장했다.
2023년에는 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 부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지만,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한동안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내부거래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올해 내부거래 한도를 670억원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태광 측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구도가 롯데홈쇼핑 우위로 바뀐 만큼 해당 안건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측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롯데홈쇼핑이 자금난을 겪던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지원하려 했지만 태광 측 반대로 1000억원으로 축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태광 측은 이번 이사회 재편이 내부거래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부거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상법에 규정된 이사회 승인이라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법에서는 내부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는데 롯데홈쇼핑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지원 행위의 성격이 강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롯데홈쇼핑은 그동안 태광의 잦은 반대가 경영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제약해 왔다는 불만이 쌓여 왔다. 이번 이사회 재편은 그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결과로 읽힌다. 이번 이사회 재편을 계기로 롯데홈쇼핑의 경영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대 주주의 근거 없는 문제 제기에 최대한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러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앞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고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