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가 기소한 '휴대전화 파손 사건'에서 법원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휴대전화를 함께 파손한 차 모씨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2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기소된 차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전 대표의 행위가 증거인멸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부터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라고 하면 수사기관이나 국가기관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의미하고, 유무나 정도는 불문한다"며 "이종호의 휴대전화에는 연락처와 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어 범행 이후 정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종호는 휴대전화 파손 당시 수사대상자였고, 해당 휴대전화에 담긴 메시지와 연락처 등은 사건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며 "휴대전화를 파손한 행위 자체는 증거인멸 대상이 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게 적용된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검은 이종호가 차 씨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기소했지만, 공동정범과 교사의 차이는 분업적 역할 분담과 기능적 행위 지배에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종호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던져 파손했고, 차 씨는 그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버리는 과정을 함께 지켜본 뒤 이동했다"며 "범행 당일 함께 이동하며 휴대전화 파손 과정에 공동으로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차 씨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증거인멸죄의 성립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행위까지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종호는 당시 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특검 수사 대상자였고, 수사 결과에 따라 공범 여부 등 별도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었다"며 "자신의 형사 책임과 관련된 사안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한 행위는 증거인멸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차 씨의 경우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 씨는 이종호가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상황을 공유하거나 동행하는 과정에서 이종호가 채해병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또는 수사대상자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압수수색 상황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일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연락처와 정보가 저장된 휴대전화라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종호와 함께 휴대전화를 파손했다"며 "이는 단독 행위가 아니라 공동 가공에 해당하며 증거인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에서 차 씨에게 휴대전화를 파손·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진 뒤 차 씨에게 건네 발로 밟게 했고, 이후 한강공원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은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했는지 등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해당 범행을 포착해 기소했다.
앞서 특검은 3월 6일 이 전 대표에게 벌금 500만 원, 차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