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차관 "유조선 통행, 양국 감독·조정 하에 이뤄져야"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인접국인 오만과 공동 의정서(protocol)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이란이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과 영향력을 제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률·국제사무 담당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통행은 반드시 이란과 오만 양국의 감독 및 조정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번 의정서가 선박 통행을 막으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러한 요건이 통행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 경로를 지나는 선박들에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란이 안전과 서비스를 명분으로 언제든 특정 국가의 선박을 검문하거나 통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해협 봉쇄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이는 뉴욕 증시 등 주요국 주가를 압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대통령의 발언과는 온도 차가 크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한 달여 만에 30% 이상 급등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조기 철군과 대규모 공격이라는 상반된 카드를 동시에 만지작거리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이란은 별도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세 징수를 추진 중이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통과 심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한 선박에 한해 통행료 협상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유조선의 경우 협상 시작가는 배럴당 약 1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은 각 국가를 1~5등급으로 분류하는 내부 랭킹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 우호적인 국가일수록 높은 등급을 받아 통행료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점하게 된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아 우방국을 포섭하고 적대국을 압박하려는 외교적 카드로 풀이된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