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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읽는 경제] ④ AI가 AI 반도체를 설계한다…미세공정 다음 병목은 '설계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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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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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12일 반도체 설계를 바꿨다
  • 설계 공간 탐색과 검증을 자동화했다
  • 한국은 데이터 연계 공동학습이 과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AI, 산업의 판을 바꾸다] 기획시리즈 4편
알파칩, 수주 걸리던 블록 배치 수시간…TPU·데이터센터 CPU에 실적용
2026년 AI 에이전트는 RTL 생성·검증·배치·사인오프까지 작업 범위 확대
AI가 설계비를 낮춰도 EDA·IP·컴퓨팅·시제품·검증비용은 남아
한국은 파운드리 데이터와 팹리스 설계를 잇는 공동 학습체계가
 

AI는 이제 문서를 작성하고 질문에 답하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공장과 농장, 연구소와 선박을 직접 움직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생산량을 늘리고 불량과 연료비, 농약과 연구개발 기간을 줄이지만 새로운 설비투자와 데이터 종속, 고용 변화와 책임 문제, 그리고 막대한 전력수요를 만들어낸다. <뉴스핌>은 산업 현장에 적용된 국내외 AI 사례를 통해 누가 비용을 줄이고 누가 새로운 비용을 부담하는지, 그 편익이 전력망과 정부 거버넌스라는 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지를 10회에 걸쳐 분석한다.

[AI, 산업의 판을 바꾸다] 기획시리즈 10부작
① AI는 왜 공장부터 바꾸는가...숙련의 가격이 데이터로 옮겨갔다
② 밭 전체에 농약 뿌리던 시대 끝난다…AI 농업의 진짜 경쟁력은 '선택'
③ AI 신약은 실패를 없앴나…개발비를 줄이는 진짜 방식
④ AI가 AI 반도체를 설계한다…미세공정 다음 병목은 '설계데이터'
⑤ 선장은 남았지만 AI가 항로를 고른다…조선업이 '운항 SW'를 파는 날
⑥ 100만 로봇이 움직이는 창고…배송 경쟁의 본질은 데이터다
⑦ 운전자가 사라지자 자동차의 고객이 바뀌었다…로보택시는 이동시간을 판다
⑧ AI가 값싸게 만든 산업, 값비싼 전기로 되돌아온다…AI의 에너지 청구서
⑨ AI 팩토리 500개면 제조강국인가…한국의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현장이다
⑩ 부처는 아홉인데 책임자는 없다…AI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묻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반도체 설계자는 화면 위에 수천 개의 블록을 옮기며 전력과 속도, 면적과 배선 길이를 동시에 맞춘다. 한 조건을 개선하면 다른 조건이 나빠진다. 배선을 짧게 만들면 열이 몰리고, 성능을 높이면 전력소모가 커지며, 작은 오류 하나가 수백억원대 시제품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이 복잡한 설계공간에 들어왔다. 사람처럼 하나의 답을 고집하는 대신 수많은 배치와 설정을 동시에 시험하고, 결과를 평가해 다음 설계안을 만든다. 이제 AI는 설계자를 보조하는 추천도구를 넘어 설계·검증 작업의 순서를 정하고 일부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반도체를 설계한다'는 표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AI가 칩의 목적과 제품전략, 안전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설계 목표와 제약조건을 정하고, AI가 가능한 조합을 탐색하며, 최종 설계는 기존 전자설계자동화(EDA) 도구와 파운드리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핵심은 설계자의 소멸이 아니라 설계 병목의 이동이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알파칩이 바꾼 것은 칩 전체가 아니라 '배치의 시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칩은 반도체 설계의 초기 물리 단계인 플로어플래닝에 강화학습을 적용했다. 칩 안의 큰 기능 블록을 어디에 놓을지 결정하는 작업이다. 블록의 위치는 배선 길이와 지연시간, 전력소모, 면적, 이후 배치·배선 난이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2021년 네이처 논문은 알파칩이 6시간 이내에 전력·성능·면적 등 핵심 지표에서 전문가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배치를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구글은 2024년 추가 자료에서 이 기술이 TPU v5e·v5p·트릴리엄 등 최근 3세대 AI 가속기와 액시온(Axion) 데이터센터 중앙처리장치(CPU)의 일부 블록 배치에 실제 활용됐다고 밝혔다. 미디어텍도 자사 첨단 칩 설계에 해당 방법을 확장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용 범위다. 알파칩이 사양 작성부터 회로검증, 제조까지 칩 전체를 자동 설계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만든 회로와 제약조건을 바탕으로 거대한 조합 문제를 빠르게 푼 것이다. 성공의 본질은 설계자를 없앤 데 있지 않고 사람이 몇 주 동안 반복하던 탐색을 수시간의 계산으로 바꾼 데 있다.

알파칩 성능을 둘러싼 재현성 논쟁도 있었다. 구글은 2024년 모델 가중치와 추가 설명을 공개하고 실제 제품 적용을 근거로 반박했다. 다만 최첨단 칩 데이터는 영업비밀이어서 외부 연구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성능을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다. 산업 AI의 성과는 논문 벤치마크와 실제 테이프아웃 결과를 함께 봐야 한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AI는 배치에서 설계·검증 전 과정으로 확장된다

반도체 설계는 아키텍처 탐색, RTL(저항 트랜지스터 논리 회로) 작성, 기능검증, 논리합성, 플로어플래닝, 배치·배선, 전력·타이밍 분석, 사인오프로 이어진다. 초기 AI는 특정 단계의 설정값을 최적화했지만 최근 도구는 단계 사이의 결과를 읽고 다음 작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놉시스의 DSO.ai와 케이던스의 Cerebrus는 전력·성능·면적 목표를 만족하기 위해 설계도구의 수많은 설정 조합을 탐색한다. 케이던스는 2025년 Cerebrus AI Studio가 시스템온칩 설계시간을 5~10배 단축하고 전력·성능·면적을 최대 20% 개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제품 성능으로, 칩 종류와 공정·팀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변화는 '에이전트'다. 케이던스는 6월 사양 이해, RTL 생성, 검증계획, 시뮬레이션, 디버깅, 설계수렴을 스스로 반복하는 자율형 가상 설계 엔지니어를 발표했다. 회사는 엔비디아 적용 환경에서 RTL 검증 주기가 40배 이상 빨라지고 통상 5주 걸리는 검증 반복이 하루 이내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능은 2026년 하반기 조기 고객 제공 예정이어서 광범위한 상용성과 비용효과는 앞으로 검증해야 한다.

일본 라피더스도 7월 에이전틱 AI 설계환경을 도입해 첨단 시스템온칩 설계 턴어라운드 시간을 최대 2배 개선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설계 경쟁이 개별 알고리즘에서 파운드리·EDA·설계기업이 연결된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설계자의 경쟁자는 AI가 아니라 AI를 학습시킬 데이터다

AI 설계도구는 사용한 만큼 설계 이력을 축적한다. 어떤 설정이 타이밍을 개선했는지, 어떤 배치가 전력 문제를 만들었는지, 검증에서 어떤 오류가 반복됐는지를 학습하면 다음 프로젝트의 탐색범위가 줄어든다. 같은 도구를 써도 과거 설계와 실패데이터가 많은 기업이 더 빠른 답을 얻는다.

반도체 설계데이터는 일반 문서보다 폐쇄적이다. 회로 구조와 공정설계키트, 지식재산권(IP), 고객 사양, 검증결과는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이다. 클라우드나 외부 AI 모델에 데이터를 넣는 순간 유출과 재학습, 접근권한 문제가 생긴다. 자율형 설계 에이전트가 작업을 많이 수행할수록 누가 어떤 파일을 열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기록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대형 반도체기업과 팹리스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대기업은 여러 세대의 설계·양산 데이터를 보유하고 전용 컴퓨팅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반면 스타트업은 첫 칩을 만들기 전에는 학습할 내부 데이터가 부족하고, 고가 EDA(이벤트 기반 아키텍처) 라이선스와 IP, 클라우드 계산비를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AI가 설계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데이터가 없는 기업에는 새로운 장벽이 되는 구조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문제는 설계비가 아니라 '첫 실리콘 실패비용'이다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반도체 설계비는 급격히 커진다. 회로가 복잡해지고 검증해야 할 상태가 늘어나며, 마스크와 시제품 제작비도 상승한다. 설계단계에서 놓친 오류가 제조 뒤 발견되면 회로를 수정해 다시 테이프아웃해야 한다. 일정이 수개월 늦어지고 시장 출시시점을 놓칠 수 있다.

AI의 가장 현실적인 경제효과는 엔지니어 수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은 설계안을 미리 비교하고 검증범위를 넓혀 첫 실리콘이 목표대로 작동할 확률을 높이는 데 있다. 설계기간이 20% 줄어도 재설계가 발생하면 전체 비용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설계시간이 비슷하더라도 재테이프아웃을 피하면 효과는 훨씬 크다.

따라서 성과지표는 AI가 만든 설계안 수나 실행한 시뮬레이션 수가 아니다. 사양에서 테이프아웃까지 걸린 기간, 타이밍·전력 목표 달성률, 검증 커버리지, 오류 발견 시점, 첫 실리콘 성공률, 양산수율과 시장 출시기간을 봐야 한다. 도구업체가 제시하는 속도배수는 이 최종 지표와 연결될 때 경제적 의미를 가진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AI가 최적화해도 '사인오프' 책임은 사람과 기업에 남는다

반도체는 소프트웨어처럼 오류가 발견됐다고 즉시 업데이트할 수 없다. 자동차·의료·방산용 칩은 오작동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생성한 RTL과 배치를 기존 검증엔진이 다시 확인하고, 설계자가 목표와 예외조건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자율 에이전트가 만든 설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책임도 복잡해진다. 사양을 정한 팹리스, AI 에이전트를 제공한 EDA 기업, 공정규칙을 제공한 파운드리, 사용한 IP 공급사, 최종 사인오프를 승인한 엔지니어의 역할이 연결된다. 'AI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제품 책임을 넘길 수 없다.

모델이 업데이트되면 같은 설계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기업은 모델 버전, 입력 데이터, 실행한 도구, 사람이 수정한 내용과 승인 시점을 기록해야 한다. AI 설계의 핵심 인프라는 모델 자체보다 결과를 재현하고 책임을 추적하는 설계 데이터 계보다.

한국은 파운드리는 강하지만 설계도구와 데이터는 외부에 기대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설계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팹리스는 EDA 소프트웨어, 검증장비, 설계 IP와 시제품 제작비를 동시에 부담한다. 정부가 2026년 AI반도체 사업화 적시지원에 300억원을 배정하고 고비용 설계 소프트웨어(SW) 바우처와 전문 엔지니어 지원을 제공하는 이유다.

산업통상부도 2026년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사무공간·EDA·검증장비·시제품 제작을 연계하는 성장 인프라에 87억58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25년 AI반도체 최적화 설계와 설계 IP 활용에 최대 267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정책은 이미 설계비 부담을 산업 병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선스 비용을 대신 내주는 방식만으로 AI 설계 경쟁력을 만들기는 어렵다. AI는 프로젝트마다 발생한 설계·검증 결과를 학습해 좋아진다. 지원기간이 끝나거나 기업이 도구를 바꾸면 데이터와 설정값이 흩어지고, 다음 기업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6년 케이던스·시놉시스와 2나노·3차원 집적회로 설계 흐름을 확대했다. 이는 국내 파운드리가 첨단 AI 설계도구와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음 과제는 이 생태계가 글로벌 대형 고객뿐 아니라 국내 중소 팹리스의 설계기간과 첫 실리콘 성공률을 실제로 개선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일본은 AI를 파운드리의 납기 경쟁력으로 묶었다

라피더스는 AI 설계를 단순 소프트웨어 도입이 아니라 첨단 파운드리의 납기 단축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설계 초기부터 제조와 패키징까지 데이터를 연결해 고객의 설계 턴어라운드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파운드리가 웨이퍼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서비스기업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도 파운드리의 공정 피드백과 팹리스의 설계 이력을 연결해야 한다. 다만 기업 영업비밀을 중앙에 모으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데이터는 기업 안에 두고 모델이나 학습결과만 공유하는 연합학습, 익명화된 설계 실패 패턴, 공정별 공통 벤치마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해법은 EDA 바우처보다 '설계 학습체계'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AI 설계 지원과제의 성과지표를 도구 설치와 라이선스 사용기업 수에서 설계 턴어라운드, 오류 조기발견, 첫 실리콘 성공률로 바꿔야 한다. 도구업체의 자체 성과와 독립기관이 동일 조건에서 측정한 성과를 분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와 개발지원센터를 AI 설계 공동학습 거점으로 확장해야 한다. 고가 EDA와 검증장비 제공을 넘어 익명화된 실패사례, 공정별 벤치마크, 설계데이터 관리도구, 보안형 클라우드와 전문 엔지니어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AI 일러스트 = 정성훈 기자]

파운드리·팹리스·EDA·대학이 공동으로 사용할 한국형 설계 벤치마크도 필요하다. 단순 회로 예제가 아니라 전력·열·타이밍·배치 제약을 포함한 산업형 문제를 만들고, AI와 기존 알고리즘, 인간 전문가의 결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속도뿐 아니라 품질과 재현성을 평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설계데이터의 권리와 이익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엔지니어가 쌓은 설계 노하우가 AI 모델의 성능으로 전환될 때 그 가치는 기업에만 귀속되는지, 엔지니어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과제가 된다. 중소 팹리스가 공동 인프라에 데이터를 기여했을 때 더 낮은 사용료나 개선된 모델을 돌려받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다.

AI가 바꾸는 것은 반도체 설계자의 존재가 아니라 시간의 쓰임이다. 반복 설정과 수천 번의 검증 실행은 AI가 맡고, 사람은 제품 목적과 아키텍처, 예외조건, 안전과 시장성을 판단한다. 설계 경쟁력의 기준도 엔지니어 수에서 데이터와 도구, 파운드리 피드백을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jsh@newspim.com

■ 한 줄 요약
AI 반도체 설계의 본질은 인간 설계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설계공간의 탐색과 검증을 자동화해 첫 실리콘 실패비용을 줄이는 데 있으며, 한국의 해법은 고가 EDA 지원을 넘어 팹리스·파운드리·검증기관의 설계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는 공동 학습체계에 있다.

* [AI로 읽는 경제]는 AI 어시스턴트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ChatGPT, Google Gemini, Perplexity, Claude AI 모델이 적용됐습니다. 상단의 'AI MY 뉴스' 로그인을 통해 뉴스핌의 차세대 AI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해 보기 바랍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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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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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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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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