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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취임1주년 기념 특별대담 전문

기사입력 : 2007년03월28일 12:08

최종수정 : 2007년03월28일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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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성태 총재의 취임 1주년에 즈음해 <한은소식>과 나눈 특별대담 전문입니다.


(김선희 팀장) 총재님 취임 1주년을 맞아 한은소식에서 요청한 특별대담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석조 부실장) 먼저 취임 1주년을 맞는 총재님의 소회를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지요.

(이성태 총재)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최고 책임자라는 자리가 결코 녹록치 않은 참 어려운 자리구나,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한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정말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양수 반장) 지난 1년 동안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또 일부에서는 금융의 하부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콜금리목표 변동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총재) 지난 1년 동안의 통화정책은 최근 수년간 누적된 금융완화 기조를 경제활동 속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데 상응하여 그 완화 정도를 줄여나간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취임한 후에 콜금리 목표 조정이 두 번, 예금지급준비율 인상이 한번, 또 총액한도대출 한도 조정이 한번 있었습니다. 이 같은 정책운용은 그동안의 경제 움직임과 정책이 시행된 뒤의 금융시장 동향 등에 비추어 대체로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작년에 우리가 보았듯이 시차는 좀 있을지 몰라도 금융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수단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격기제의 힘이 커지는 방향으로 금융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시장이 너무 강해져서 정책이 좀 무력해지지 않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격기제가 보다 잘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면으로 보면 그만큼 정책의 효과가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봅니다.

(정 부실장) 최근 당행 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적립금까지 소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주면서 당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당행 수지 적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이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그동안 우리 사회도 좋든 나쁘든 많은 경험을 축적하였고, 여러 분야가 많이 성숙되어 자유시장경제가 어떤 것이고 거기에서 중앙은행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당행 적자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손상시킬 정도의 중대한 어려움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당행 임직원들은 그동안 중앙은행도 하나의 경제주체이고 모든 경제주체는 수지계산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의 당행 수지 문제는 중앙은행이 비록 영리 기업체는 아니지만 수익과 비용이라는 경제현상의 본질을 평소에 늘 의식하고 행동해야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고 봅니다.

잘 알다시피 중앙은행의 수지는 정책 환경에 많이 좌우됩니다. 지난 2~3년이 당행 입장에서는 수지에 가장 나쁜 쪽으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움직인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조금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당행의 수지도 다소 개선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점은 당행 수지 문제는 2~3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장기간 누적되어 온 것인 만큼 해결도 장기간에 걸쳐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작년에 우리가 취한 몇 가지 조치들 중에 원래의 목적은 수지개선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행의 수익기반을 보강하는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해결해 나가면 당행 수지 문제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는 통화정책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에 설 시기가 이동하면서 경제지표들이 상당히 불규칙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경제지표에는 항상 여러 가지 노이즈(noise)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방향성을 가지고 수행되려면 경제 분석의 인프라라든지 정책결정의 자질 면에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총재) 앞에서 언급한대로 그동안 금융환경이 가격기제를 더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이에 상응해서 당행은 경제현상을 분석․예측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분석 예측 수단과 모형 개발 등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고 이를 활용하는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연수 인사 등의 측면에서 많은 배려가 있었습니다. 정책결정자인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들도 1998년에 상근제로 바뀐 후 부터 경제현상에 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더 넓고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노력에 힘입어 통화정책의 질이 더 높아지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반장) 통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민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금통위 회의가 끝난 직후 총재님께서도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정제되고 일관되게 발언을 하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민간의 입장에서는 ‘어렵다’ 또는 ‘정답인 것 같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타납니다. 성공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정책 설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자기를 이해시키려면 사실에 입각하되 목전의 어떤 목적이나 이익 같은 데에 너무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익이나 목적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사실을 보는 눈 자체가 비뚤어져서 자기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볼 가능성이 있지요.

너무 그때그때의 상황에 빠지지 말고 가능하면 한두 발짝 물러서서 객관성이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사실이 보다 정확하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경제변수에 담겨진 뜻을 가급적이면 균형있게 해석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별 월별로 여러 경제지표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서 어떤 쪽으로 치우친 변수들만 주목하지 말고 아까 노이즈라고 그랬지만 서로 다른 변수들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탠다면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 나는 이런 뜻을 말하려고 이 단어를 선택했지만 상대방이 과연 어떤 뜻으로 이것을 해석할까 하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커뮤니케이션에서 크게 낭패 보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부실장) 당행 직원들은 내부 경영혁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승진적체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총재님께서는 당행이 왜 경영혁신을 추진해야만 하는지 그 배경을 말씀해 주시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저하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안이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질문이 점점 더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웃음) 조직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우리 조직 밖 외부환경이 있고 조직 내부의 구성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환경도 그렇고 내부조직 담당자도 항상 달라집니다. 흔히 외부가 달라지는 것은 잘 아는데 내부가 달라지는 것은 잘 몰라요. 예를 들자면 30년 전 한국은행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은 현재 한국은행 구성원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제도라도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경영혁신이나 경영개선은 언제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기가 처한 상황에 가장 맞는 구조와 운영이 있어야 되는데 자기가 처한 안팎의 상황은 아까 말한 것처럼 항상 바뀌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경영개선이나 경영혁신은 모든 조직, 집단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 항상 실천해야 될 과제라고 봅니다.

당행이 1950년에 설립된 지 벌써 57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행이 처한 내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경영도 당연히 달라져야지요. 단지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직원들 승진이 잘 안되고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보람을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전체가 외형적으로 뻗어나가던 시기에서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만 발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 임직원들도 옛날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바뀐 환경에서 보람을 가지고 인생에서 성공하고 직장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져야 됩니다. 옛날처럼 외부로 사람을 배출하고 빨리 승진하는 데에서 가치를 찾기보다는 개인이나 소집단의 능률이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기가 하는 일 자체에서 보람을 가져야 합니다. 옛날에는 현재 내가 어떤 직위․직급에 있다는 것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준비 단계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회가 아니고 현 단계 자체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껴야 하는 사회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정 부실장) 총재님께서는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적인 취향을 부하직원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고 부하직원의 창의와 자율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일부 직원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바라보는 총재님의 이러한 리더십에 대해서 총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당행에서 바람직한 상사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총재) 어떤 집단, 조직을 움직이는 관리자 또는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관리의 요체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권한의 위임입니다. 하급관리자나 부하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권한을 주고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가 말한 예외 관리(management by exception)입니다. 통상적인 일은 아까 말한 권한위임의 원칙에 따라 각자 분담해서 하도록 하지만 통상적이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관리자가 스스로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부담이 있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저는 관리자에 있어서의 솔선수범을 그렇게 해석하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부실장) 총재님께서는 당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며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저는 작년에 취임하고 나서부터 발표와 토론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발표하고 토론하는 문화는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아요.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유능한 사람을 일찍 발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능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는 것은 발표를 위한 발표나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것부터 그 일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자료를 모은 후 어떻게 정리하고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업무단계마다 팀장과 팀원이 모여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평소 업무 추진과정에서 대화와 토론을 거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하고 실행을 한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균형 잡힌 결론이 나오고 모든 사람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할 때도 추진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뽑아내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면 승진 적체 등에서 오는 어려움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는 여러 국제회의도 다니시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방문해 보시고 하면서 당행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하여 어느 나라 중앙은행의 어떠한 측면을 벤치마킹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울러 직원들의 자기계발 노력과 관련해서도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함께 해주십시오.

(총재) 국제회의나 심포지엄 컨퍼런스 등에 참석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특히 선진국일수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참가자들이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고 성실하다는 점입니다. 저 사람들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열심히 하니까 개인적으로도 능력이 더 높아지고 나라도 더 발전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그렇게 열심히 하고 진지한 점에서는 미국사람들한테 배울 점이 많습니다.

또한 통화금융의 실무 면에서는 영국이나 영국과 문화적으로 관계가 깊은 나라가 먼저 시작했고 지금도 영국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가 상당히 있어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 system) 등을 그 예로 들 수가 있겠지요. 그래서 영국 사람들이 경제와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당히 트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의성과 과단성 면에서 영국사람들한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동남아 중앙은행 사람들은 우리와 비교하여 매우 개방적이고 국제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좋은 점들은 우리가 잘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앙은행은 한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조직이어서 또래, 흔히 말하는 피어그룹(peer group)이 국내에 없다는 점입니다. 또래가 있을 때는 경쟁이 있고 소위 말하는 벤치마크라는 것이 있어요. 경쟁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나가는데 경쟁상대가 바로 눈앞에 안 보이면 자기가 뭘 잘하고 있는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얼른 깨닫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스스로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무사안일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보수적이고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란 말이지요. 그러므로 스스로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반장) 최근 경제가 개방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수물가는 대개 안정이 되어 있는데 과잉유동성 문제로 자산 가격은 크게 상승하는 것이 세계적 현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중앙은행이 소비자물가나 근원인플레이션을 타켓으로 삼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또 일부 국민들은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좀 더 긴축으로 가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당행의 통화정책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총재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총재) 제가 생각하는 통화정책은 금융을 조절해서 실물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거예요. 통화정책이 잘 됐느냐 잘 못 됐느냐 하는 것은 결국 금융이 소망스러운 방향으로 움직여서 그것이 실물경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궁극적인 잣대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물가지수의 연간 상승률만을 잣대로 하는 통화정책 운용방식은 매우 협소한 거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방식을 선택한 것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화정책의 근본은 금융을 조절해서 실물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인데 통화정책의 잣대는 그 당시 주어진 금융경제 환경에 따라서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물가목표를 지켰다고 해서 통화정책을 잘 한 것일까요. 물가목표가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고려변수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경제안정이라는 궁극적인 변수를 가지고 통화정책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가목표를 달성했다고 다 끝나는 것도 아니지만 가령 부동산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도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가격만 안정시킨다고 반드시 경제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이란 결국 금융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므로 경제가 안정이 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금융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소비자물가를 목표 이하로 안정시켰다고 하더라도 통화정책을 잘 수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앵커(anchor) 또는 가이드라인(guideline)으로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 부실장) 당행이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 지 이제 10년 가까이 되었고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금리중심으로 변경되면서 금통위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나 정치권에서는 당행에 대해 금융안정이나 국가 경제정책 수립 등의 측면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총재님의 견해는 어떠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중앙은행 등 공적 기구는 무엇보다 각자에게 주어진 소임을 맡은 분야에서 잘 해야 합니다. 그 소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수단도 주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물가안정, 통화가치의 안정, 금융안정 등 중앙은행의 목적만을 강조하는데 이와 함께 중앙은행이 어떤 수단을 부여받았는가도 같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통화정책의 목표는 경제안정에 있지만 경제안정은 중앙은행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유관기관이 모두 서로 분담하고 협력해서 끌고 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은행이 한국은행에 주어진 수단을 적절히 구사해서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그 자체로서도 긴요할 뿐 아니라 결국 전체적으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은 자기가 가진 자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새로운 업무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역본부의 경제교육, 금융안정분석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금융안정보고서의 발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당행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조사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경제 관련 각종 주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발간하는 것도 그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본업을 충실히 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또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열심히 하는 것이 당행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 살아오시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것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고 또 제가 글을 읽으면서 총재님께서 어렸을 때 매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그 난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셨다고 하는데 오늘에 이르게 한 힘이랄까 그런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사적인 이야기는 별로 할 것이 없고요.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컵에 물이 들어있는데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좋겠지요.

그래서 누가 물으면 나는 ‘비관적인 낙관론자’라고 말합니다. 비관적이라는 말은 어떤 현상을 볼 때 일단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까 말한 대로 상황은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현실에는 늘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이라고 해야 되겠는데 뒤의 표현과 운을 맞추기 위해서 비관적이라고 한 겁니다. 이처럼 일단 비관적인 데에서 출발을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그래도 세상은 그렇게 엉터리가 아니고 좋은 바탕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한 마디로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 따뜻한 시선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낙관주의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당초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두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아, 이건 중요한 순간이다!”라거나 “여기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나의 일생이 이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저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왔을 때는 결단력이 있어야 됩니다. 계속 주저하고 흘러 가는대로 자기를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갈림길에서 너무 겁을 내어 안전한 쪽만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한 쪽이라고 해서 이득만 있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때로 상당한 정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보태고 싶은 것은 첫 번째 얘기와 통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만족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항상 실수를 하고 항상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다 할 수 있다고 절대 욕심내지 마세요. 어차피 불완전한 존재고 항상 실수하고 잘못하기도 하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그래도 잘했어.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것을 다 할 수 있냐?’하는 식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돼요. 그래야 그것이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 팀장) 총재님, 좋은 말씀 더 듣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이만 마칠까 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총재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좋은 생각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장시간 귀한 시간 내주신 총재님과 두 분 대담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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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트라이폴드 태블릿과 다르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2일 공개한 3단 폴더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가볍고 얇은 형태가 먼저 느껴졌다. 크기와 구조상 무게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생각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다만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전용 케이스나 거치대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안정적인 사용감이 나온다. 펼친 화면은 태블릿을 떠올리게 할 만큼 넓고 시원하지만, 두 번 접어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태블릿과 확실히 다른 경험을 만든다. 동시에 두께·베젤 등 초기 모델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느껴졌다. ◆ 10형 대화면의 시원함…멀티태스킹 활용도↑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화면을 펼쳤을 때의 시야다. 10형 대화면은 영상 시청 시 몰입감이 크고 웹 검색·문서 작업에서도 확 트인 느낌을 준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다 펼친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로 3앱 멀티태스킹을 진행하는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특히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놓는 멀티태스킹 기능은 생산성 관점에서 기존 폴더블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세 개의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에 펼쳐 놓은 듯한 넓이가 확보돼,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이메일·인터넷·메모장 등 업무 앱을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고, 영상 콘텐츠를 켜둔 채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로 영상 시청을 하는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 구조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베젤·힌지·두께는 '새로운 폼팩터의 숙제' 새로운 구조 특성상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베젤이 비교적 두꺼운 편이다. 화면을 여러 번 접는 구조라 물리적 여유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보니 테두리가 두드러져 보인다. 상단 롤러(힌지 유닛 일부로 보이는 구조물)도 시각적으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화면 연결부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힌지 구조물 자체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닫은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또 하나는 완전히 접었을 때의 두께감이다. 구조상 여러 패널이 겹치는 형태라 다 접어놓으면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는 구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사용성에 치명적일 정도의 부담은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왼쪽 화면부터 닫아야 한다. 반대로 닫으려 할 시 경고 알람이 울린다. 2025.12.02 kji01@newspim.com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접는 순서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른쪽→왼쪽 순으로 접도록 설계돼, 반대로 접으려 하면 경고 알람이 울린다. 폼팩터 특성상 불가피한 방식이지만, 초기에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 태블릿과 겹치는 모습…그러나 휴대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 사용 경험을 종합하면 '트라이폴드'는 태블릿과 유사한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한다. 대화면 기반의 콘텐츠 소비·문서 작업·멀티 환경 등 핵심 사용성은 태블릿과 맞닿아 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거치대에 놓인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그러나 폴더블 구조로 접어서 주머니·가방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은 태블릿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이다. 이동이 잦은 사용자에게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중간 지점'에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강민석 모바일경험(MX)사업부 스마트폰PP팀장(부사장)은 "태블릿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없다. 태블릿은 대화면 그 자체의 장점이 있지만, 트라이폴드는 두께·무게 측면에서 소비자가 어디든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을 만들었다"며 "트라이폴드는 기존 태블릿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가격은 부담되지만…경쟁사 대비 '상대적 우위' 가격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큰 장벽이다. 출고가 359만400원은 스마트폰 범주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다. 다만 경쟁사 제품들과의 상대 비교에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출시한 트라이폴드폰을 1만7999위안(약 350만 원)부터 책정했다. 고용량 모델로 갈 경우 2만1999위안(약 429만 원)까지 올라간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2025.12.02 kji01@newspim.com 이 기준에서 보면 삼성의 359만 원대 가격은 화웨이 평균 가격보다 낮은 편으로 비교된다. 특히 고용량 기준 화웨이 최고가와의 비교에서는 약 70만 원 가까운 차이가 나, '삼성이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시장에서는 출시 전부터 트라이폴드 구조상 부품 단가가 높아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출고가는 이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삼성이 새로운 카테고리 안착을 위해 가격선을 일정 수준까지 조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ji01@newspim.com 2025-12-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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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준 쿠팡 대표 "'자발적 배상도 고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박대준 쿠팡 대표가 "패스키 한국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한국 쿠팡에서 패스키를 도입할 계획이 있나"라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이 의원은 "대만 쿠팡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전용 패스키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보급했다"며 "한국에 패스키를 도입했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났겠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에도 바로 대만처럼 대처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져물었다. 이 의원 질의에 박 대표는 "의원님 말씀에 공감하고 깊이 책임감 느끼고 있습니다"며 "조속히 (한국)에 도입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소송을 통한 배상 대신 자발적으로 배상 조치하라는 질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nrd@newspim.com 2025-12-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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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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