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전성기준 美처럼 연결재무제표로 해야"
- 외국인주주 눈치보느라 증자회피 꼼수 탓
[뉴스핌=한기진 기자] ‘0원 대 6조4000억원’
이는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자(子)은행의 자본확충규모를 비교한 수치다.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새 지주사는 자본확충을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로지 신한지주만 같은 기간 동안 1조3104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섰을 뿐이다.
대신 4대 금융지주회사들의 원화사채규모(순증 기준 4조9168억원)가 크게 증가했다.
결국 지주사가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자은행들의 자본확충에 투입하는 대신 자신들의 부채규모는 상승하는 건전성 악화 대가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은행의 건전성을 BIS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Tier 1비율)이 정확히 실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다면서, 선진국처럼 지주회사의 연결재무제표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주사 자본확충 거의 없이 원화사채만 큰폭 증가
2008년 1월~2009년 3월 사이, KB금융은 원화사채가 7977억원이 순증가했지만, 자본확충은 ‘0원’이었다.
우리금융과 하나지주 역시 원화사채가 각각 1조8768억원, 1조7208억원 증가했지만, 자본확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은행들은 보통주, 우선주,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자본확충을 했다.
국민은행은 2조4498억원(보통주 8000억원, 후순위채 1조6549억원), 신한은행은 1조2304억원(보통주 8000억원, 신종자본증권 4274억원, 후순위채 30억원), 우리은행은 2조3963억원(보통주 3000억원, 우선주 7000억원, 후순위채 1조3963억원), 하나은행은 1조6345억원(보통주 1조원, 후순위채 6345억원) 등이다.
지주회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은행들의 증자에 따른 주식을 사주는 방식 등으로 자본확충에 투입했고, 채권발행에 따라 지주사의 부채규모는 증가했다는 증거다.
이 같은 사실은 지주사들이 집중적으로 차입에 나선 작년 9월말과 12월말 자회사출자총액과 부채총액이 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도 확인된다.
자회사출자총액의 경우 KB금융 5000억원, 신한지주 9670억원, 우리금융 7000억원, 하나금융 1조5200억원 늘어났고, 부채총액도 7083억원, 1조811억원, 6519억원, 1조3578억원 등 각각 순증가했다.
은행자본확충펀드도 은행들을 주 대상으로 했고, 방식도 신종자본증권(3조5000억원, 3월말 기준), 후순위채(5000억원, 3월말 기준)가 대부분이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선진국처럼 지주회사의 자본적정성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은행이 아닌 지주회사의 건전성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아 감독해야 하는 게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주주, 증자 달가워하지 않아
이상할 만큼 은행의 자본은 확충하면서 지주회사는 스스로 훼손의 길을 걷고 있는 데는 외국인이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은행산업의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증자를 하면 주식의 물량이 늘어,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주주입장에서 주가하락은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철수를 자극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증자계획을 발표한 KB금융도 대주주인 ING와 협의없인 실행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자도 중기대출도 꺼려하는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부담스러워 지주사가 자금을 동원해 은행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주권을 희석시키지 않고 은행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외국은 은행들의 악화된 경영에 공적자금이 들어갔지만, (국내는 달라) 나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