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쟝-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채무 위기 국가들에 대한 강력한 개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럽 재정 문제 전체를 포괄하는 권한을 가진 유럽 재무부 장관직의 신설을 주창했다.
트리셰 총재는 2일(현지시간) 유럽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주어진 샤를마뉴 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고 유럽연합(EU)이 개별국의 예산 지출과 주요 재정정책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트리셰 총재의 반복적인 재정긴축 집행 주장에 대해 각국 정부가 거부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도 유로존 약소국들이 프랑스와 독일의 공통 경쟁력 향상 방안 부과 방침에 대해 반발한 바 있다.
트리셰 총재의 발언은 유럽내 정치적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 유로화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법 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미래의 도전적 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유로존의 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의 주장 자체는 현재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적 취약 국가들의 채무위기를 완화하려는 것이지만 EU 조약의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년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트리셰 총재의 발언은 현재 그리스 채무위기에 대한 해결책 주창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는 최근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과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논의중이며 이를 위해 전제조건으로 추가적인 예산 긴축과 신속한 민영화에 나서고 있다.
일단 오는 20일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지원방안이 최종 조율돼 24일 유럽 정상회의에서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그리스 국채에 대한 민간부문의 손실을 어떤 식으로 인정하는가 하는 점으로 이를 둘러싸고 독일과 ECB가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독일이 주장하는 그리스 채무 만기의 일괄 연장 방안에 대해 ECB는 사실상 디폴트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ECB가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신사협정의 내용, 즉 민간 금융권의 채무 만기후 재매입을 통한 자발적인 채무연장 방안에 대해서는 독일 당국자들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따라서 실효성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그리스 채무 위기를 지적하며 "만약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가 긴축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유럽 당국의 강제적인 개입조치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유럽 당국이 구제금융 수혜국의 일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럽 재무부 창설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정책과 금융권 감시감독, 국제적 대표성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
ING의 카르스텐 브레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트리셰 총재는 자신을 유럽 각국의 지지부진한 통합 노력을 촉진하려는 운동가로 생각하고 있다"며 "비중있는 주장을 내놨지만 유럽의 통합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유럽의 통합 방향은 정치적인 수준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올해 ECB 총재 퇴임과 함께 4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트리셰 총재는 반발이나 논쟁이 가열되는 발언에 대해서는 입을 쉽게 열지 않는 신중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바키아의 이반 미클로스 재무장관은 트리셰 총재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독립적 재정정책 결정권을 빼앗기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트리셰 총재의 아이디어는 존중하지만 많은 반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