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 정부가 민간 채권단과 53.5%의 헤어컷(자발적 손실 부담)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집단행동조항(CAC)을 피하기 위한 90%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채스왑협상(PSI)이 불발돼 CAC가 발동될 경우 EU 정책자들이 우려하는 신용부도스왑(CDS) 행사가 현실화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그리스 민간 채권단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가 그리스의 디폴트 비용을 1조 유로로 추정한 사실이 내부 기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민간 채권단의 참여율은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과 오는 20일 145억유로의 채무에 대한 디폴트 위기를 모면하는 데 관건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채무협상 관계자는 “국채 스왑이 계획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 채권단 참여가 불충분해 CAC가 발동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국채 스왑에 대해 90%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론의 여지없이 CAC를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채권단에 CAC가 적용될 경우 CDS가 행사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뿐 아니라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일부 투자자의 법적 대응이 현실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공적인 PSI는 IMF의 2차 구제금융에 필수 요건이다. 협상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IMF가 구제금융 집행을 축소할 여지가 상당히 높다. 미국을 포함한 IMF 회원국이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과도한 지원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는 2차 구제금융 1300억유로 가운데 180억~21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종 결론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IMF 회의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IIF는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를 맞을 경우 유로존에 1조 유로(1482조 원 상당)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는 동시에 스페인과 그리스 역시 부채위기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20일 그리스가 디폴트를 맞을 경우 시장은 이를 정책 실패로 간주, 유로화 하락 베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3500억 유로의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ECB 역시 1770억 유로로 추정되는 그리스 국채 보유량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민간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했다. 스워드피쉬 리서치의 게리 젠킨스 애널리스트는 “IIF의 문서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작성됐고, 채권단에 손실 부담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협상에서 그리스가 75%를 웃도는 민간 투자자 동의를 얻어내고 나머지 채권자에 대해 CAC를 적용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
한편 그리스 민간 채권단은 8일 밤까지 PSI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시한을 이틀 앞둔 가운데 동의율이 20%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