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비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이 유럽 금융시장을 달구기 시작했다.
엔화와 국채 수익률 하락을 점친 투자자들이 수익률 사냥에 나서면서 타깃으로 관심을 모으는 유럽 국채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본의 값싼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이미 방출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8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와 터키 등 유럽 국채시장이 일본 투자자들의 ‘사자’가 몰리면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은 주변국 국채도 마찬가지다. 고수익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팔고 스페인을 포함한 주변국 국채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상당수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프랑스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탈리아는 정부 구성이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를 진정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매입은 갈수록 열기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JP 모간은 올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 매입을 450억유로(585억달러)까지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BOJ가 국채 발행 물량보다 1.6배 웃도는 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면서 투자자들을 해외 시장으로 내몰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51%에 불과한 데 반해 이탈리아 10년물은 4%를 훌쩍 상회한다. 이 때문에 일본 자금의 유럽 국채시장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JP 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니콜라스 가트사이드 채권 헤드는 “이머징마켓의 국채도 일본 경기부양책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채 수익률이 높을 뿐 아니라 관련 지역의 통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일란 솔로트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리라화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터키 금융시장이 일본 투자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정책 역시 예측 가능한 측면이 커서 일본 투자자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러시아와 멕시코 역시 일본 투자자들이 잰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지역이다. 남아공이 사회적 소요 때문에 일본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한편 유럽이나 남미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