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담→3자 회담→5자 회담→?…정치력 부재 비판
[뉴스핌=정탁윤 기자]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국정원 국정조사 등 정국현안을 풀기위한 회담 개최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 서로 자존심 챙기기에만 급급,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비판과 함께 소통과 정치력 부재 지적도 나온다.
시작은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장외투쟁중인 민주당에서 비롯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정국 해법을 찾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공식 휴가중이었다.
박 대통령의 휴가 복귀날인 5일, 이번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3자 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9월 국회가 내일 모레인데 이제 정쟁을 끝내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포함된 '3자 회담'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단독 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던 청와대도 여당의 그 같은 '3자 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일 청와대는 신임 김기춘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3자 회담'이 아닌 '5자 회담'을 역제안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에다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하자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 정치현안도 있지만 경제민주화 입법 등 '원내 현안'도 함께 다루자는 취지에서다.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민주당은 청와대의 이 같은 '5자 회담'제안에 대해 정치적 셈법을 고심했으나 7일 결국 '거부'의사를 전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5자회담 역제안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야당대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박 대통령이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훼손당한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함성이 날이 갈수록 하루하루 커져가고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제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와대가 민주당의 두 번에 걸친 단독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할지, 아니면 김한길 대표가 수용할 여지를 남겨둔 '3자 회담'으로 갈지, '5자 회담'을 고집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전 민주당이 사실상 '5자 회담'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이 또 거절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다만 김 실장은 "국민을 위해 만나는 것이고, 만나서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면서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추후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