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발굴→실사→밸류에이션→PMI까지 지원 본격화
[뉴스핌=홍승훈 기자] # 동국실업은 지난해 연매출 2억유로(약 3000억원)의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ICT사 경영권(지분 100%)을 2000만 유로에 인수했다. 유럽시장 확대를 꾀하던 동국실업으로선 생산제품의 80%를 폭스바겐에 납품하는 ICT 인수를 통해 현지 고객사과 생산라인, 노하우를 확보, 유럽내 판로를 넓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코트라(KOTRA) 글로벌M&A지원센터는 이번 딜과 관련, 부띠크 알선부터 M&A 매물을 찾아 기업 실사와 밸류에이션까지 도맡았다. 이후 외환은행의 인수금융 연계와 인수후 PMI(통합 및 정상화)작업까지 지원해줬다.
# 코스피 상장사인 인쇄회로기판(PCB)업체 이수페타시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후난성의 FPCB업체인 TTL 경영권(60%)을 26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탁월한 기술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품 포트폴리오상 중국 PCB시장 성장에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TTL사 인수추진 도중 해당기업의 사회보험 납부 문제를 두고 교착상태에 빠지며 중단됐던 M&A 협상이 현지 코트라 무역관의 실질적인 지원으로 협상을 재개,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코트라는 현지 사정에 밝은 무역관 직원을 통해 현지 다른기업들에 대한 사회보험 납부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근거자료를 확보, 중국 TTL사를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네덜란드 광통신모듈업체 AV사의 지분 26%를 300만 달러에 인수한 국내 광전송통신장비업체 오이솔루션. 광통신분야 소프트웨어 역량 보강을 위해 AV사의 파트너십 강화가 절실했던 오이솔루션으로선 AV사의 지분 인수가 해외 마케팅망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달 말 코스닥 상장 예정인 오이솔루션은 추후 추가 지분인수를 통해 AV사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 딜 역시 코트라가 M&A 태스크포스팀 멤버로 참여, 딜 구조와 전략수립, 현지조사와 회계 법률실사기관 알선 등을 도맡아 수행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무슨 M&A냐'며 코웃음 치던 때가 불과 1년전. 하지만 M&A 지원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코트라의 활약상은 눈이 부실 정도다.
코트라가 지난해 성사시킨 중소기업 M&A 딜은 6건. 올해 들어서도 두달간 3건의 딜을 마무리했다.
사례로 언급한 동국실업, 이수페타시스, 오이솔루션뿐 아니라 루트로닉의 미국 덴버에 있는 BT사 인수, 투비소프트의 일본 자회사 인수 등 규모는 작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이 절실히 원했던 M&A에도 코트라가 발벗고 나서 성과물을 만들어냈다.<표참조>
물론 M&A업계 일각에선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될 일을 굳이 코트라와 같은 정부기관이 사기업 M&A에 나설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사업에 예산 지원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산업통상자원부내에서조차 '과연 우리가 나설 일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양측 기업 내부사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한 채 M&A가 이뤄진 탓에 기업인수 후 부실이 터져나와 시너지를 구가하려던 기업이 되레 퇴보하는 여타 M&A 사례가 숱하고 전문가들도 미처 파악을 못해 실수하고 하나의 딜에 수명의 전문가들이 붙어도 밤샘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M&A 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경험이 부족한 코트라가 기업들의 M&A를 돕고 나선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코트라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M&A 전문가들에게 소외됐던 중소기업들의 M&A 니즈를 발견해 이를 코트라만이 갖고 있는 강점(122개의 글로벌 무역관)을 통해 되살린 것이다.
한기원 코트라 글로벌 M&A지원센터장은 "코트라의 해외 마케팅사업을 이용하는 중소중견기업들 상당수가 글로벌화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들 기업에게 코트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부담 없이 M&A 기회를 찾아주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하게 됐다"고 전해왔다.
보통 해외 인수대상 기업의 M&A 의사 등을 타진하는 태핑(사전 시장조사)에만 50만~70만불이 든다. 글로벌 스탠다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로선 수십억원 가량의 해외 중소기업 지분 일부 인수를 타진하기 위한 시장조사에만 이같은 비용을 지불하기가 부담이 크다. 오죽했으면 M&A에 능통한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조차 해외기업에 대한 태핑 비용 부담 때문에 코트라의 현지 무역관을 활용할까.
이같은 기반에는 코트라가 갖고 있는 전세계 84개국 122개 무역관의 힘이 컸다. 또 해외전시회, 해외 바이어초청 등 코트라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연간 1만개에 달하는 기업들도 큰 자산이었다. 코트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오영호 코트라 사장과 한기원 센터장의 지속적인 지원과 믿음도 크게 작용했다.
김승호 글로벌M&A지원센터 팀장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중견기업들의 경우 해외 M&A 매물을 찾고 관련 의사를 타진하는 1차적인 비용에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딜을 주도적으로 핸들링하진 않더라도 122개의 해외망을 통해 정보 등을 파악하고 현장서 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은데 모두 비용부담 전혀 없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가 글로벌 M&A 지원사업에 뛰어든 또 다른 이유는 든든한 고객풀이다. 코트라가 주관하는 해외 마케팅사업 등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연간 많게는 9000개~1만개에 이르는데, 이들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화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
김 팀장은 "지난 1년간 해외 M&A에 관심있는 250~260개 국내기업을 찾아 이 중 57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런데 1개사를 뺀 56개 기업 모두가 코트라의 해외마케팅사업을 이용하는 기업들이었다. 결국 중소중견기업 중 해외 M&A니즈를 갖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우리 고객군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M&A라는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코트라 해외 무역관의 한계도 있다. 이에 코트라는 현지 부띠크와 IB(투자은행) 등 5~10개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런던 무역관 등 일부 해외오피스에선 현지 M&A 전문가를 채용해 활용 중이다.
코트라 국내 본사인력 역시 상당수가 외부 M&A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다이와증권 한국 대표와 유럽지역 글로벌헤드를 지낸 한기원 센터장을 비롯해 회계사 변호사 등 국내외 컨설팅기업과 회계법인 등에서 M&A관련업무를 하던 베테랑 10여명과 코트라 내부인력 4~5명이 센터를 이끌고 있다.
보통 M&A딜 성사시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는 여타 컨설팅펌에 비해 공공기관 연봉에 묶여있는 코트라의 한계도 있을 법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코트라 직원들 기본 연봉의 35%가 성과급인데 M&A센터의 경우 이를 40~45%까지 늘려놨다. 등급에 따라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일반기업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실적과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M&A는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소중견기업들도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해 첨단기술을 습득하고 해외 영업망을 넓히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최근 중소중견기업 간담회서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자기만의 역량과 노하우로 틈새시장을 뚫고 만들어낸 코트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20건의 M&A 딜 성사를 목표로 한다는 코트라의 중소기업 M&A 지원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