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세이두 [사진=신화사/뉴시스] |
크리스토프 갱스 감독이 연출하고 레아 세이두·뱅상 카셀(47)이 출연한 영화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감독과 배우가 모여 만든 완벽한 ‘프랑스 영화’다.
‘미녀와 야수’ 하면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떠오르지만, 원래 이 작품은 프랑스가 고향이다. 모태는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뇌브 부인이 1740년 연재한 글이다. 프랑스 극작가 장 콕토는 1946년 이 이야기를 최초로 영화화했다. 크리스토프 갱스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고전 그대로를 실사로 옮긴 첫 작품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미녀와 야수’에서 단연 눈길이 가는 인물은 벨이다. 그를 연기한 레아 세이두는 고전적 미녀와 거리가 있다. 어디에 놓아도 단연 튀는 무표정한 얼굴은 아름답기보다 신선하고 독특하다.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역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개성을 극대화했던 레아 세이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으로 벨을 재해석했다.
“아마 감독님은 새 시대에 어울리는 벨을 찾았나 봐요. 마냥 예쁘고 고운 얼굴을 원했다면 다른 배우를 골랐겠죠. 제 입장에서 벨은 무척 욕심나는 캐릭터에요. 제안이 왔을 때 냉큼 수락했죠. 장 콕토의 영화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봤어요. 볼 때마다 벨에 빠져들었죠. 그때부터 막연하게 저를 위한 작품이란 기분이 들었어요.”
'미녀와 야수' 속의 벨.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레아 세이두에 의해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났다. [사진=(주)영화사 선] |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 제작진이 참여한 ‘미녀와 야수’의 화면은 객석을 황홀경으로 안내한다. 야수가 은거하는 거대한 성은 판타지영화 이상으로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한 성 내부는 영화팬들의 시선을 단박에 잡아끈다. 야수가 벨을 위해 준비하는 화려한 드레스는 여성 관객의 마음을 훔칠 만하다.
“무엇보다 의상이 환상적이에요. 전 모든 영화가 ‘코스튬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의상이 가장 중요하단 거죠. 영화에 담긴 온갖 이야기가 결국 의상을 통해 전달되거든요. 2012년작 ‘페어웰, 마이퀸’에서도 드레스를 입었지만 이번만큼 화려하지도, 다양하지도 않았어요. 정말 공주나 입을 법한 의상을 수도 없이 갈아입은 건 처음이에요. 즐거웠죠. 이 영화를 보고 여성들, 특히 어린 소녀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절로 미소가 번지더군요.”
영화 '미녀와 야수'의 화면들. 할리우드 판타지영화에 뒤지지 않는 영상미로 무장했다. [사진=(주)영화사 선] |
“일단 맡게 될 배역과 커넥션, 즉 연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이건 꼭 연기해야 한다’란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이 역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겠다’란 기분이 강하게 들곤 하죠. 벨이 딱 그랬어요. 제가 벨이고 벨이 곧 저로 여겨질 만큼 둘 사이의 교감이 좋았어요.”
‘블랙스완’에서 진한 카리스마와 마성의 섹시함을 선보인 뱅상 카셀과 촬영은 즐거웠다. 야수 역할을 소화한 뱅상 카셀은 벨과 호흡하며 마초적 매력을 뿜어냈다. 엄청난 배우라는 생각에 조금 겁이 났다는 레아 세이두. 다행히 뱅상 카셀 특유의 유머에 곧장 빠져들었다.
'미녀와 야수'의 명장면. 뱅상 카셀이 야수를 연기했다. [사진=(주)영화사 선] |
“빤한 칭찬 같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에요. 얼마나 편하게 대하는지 촬영 내내 웃음이 가득했죠. 뱅상 카셀은 아주 멋진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얼굴은 사정이 달랐어요. 표정이 살아있는 모션 캡처를 위해 뱅상 카셀의 얼굴은 온통 엑스(X) 마크에 초록색 표시였어요. 얼마나 우스꽝스러웠겠어요. 본인은 괜찮았지만 저로선 웃음을 많이 참아야 했고, 상상력도 필요했죠. 야수 옷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더워서 숨을 몰아쉬더군요. 체중이 10kg나 빠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칸영화제 최초로 감독과 동시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레아 세이두는 연기력과 신비로운 마스크로 주목 받는 스타다. 프랑스 거대 미디어 그룹 총수의 손녀인 그는 남부럽지 않은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진심으로 교감할 캐릭터를 찾아 헤맨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대작은 물론 작은 영화, 작은 배역도 마음에 든다면 기꺼이 뛰어든다. 이는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로 객석과 마주해야 마땅하다”는 그의 지론과 상통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제 분량은 보잘 것 없지만 오로지 캐릭터가 맘에 들어 출연했어요.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생 로랑’에서도 중요한 역은 아니었지만 감독이 좋아 참여했죠. 남들이 뭐라던 분량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조연이나 단역이면 뭐 어때요. 중요한 건 인물과 저, 그리고 연출자 사이의 교감이 아닐까 해요.”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