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갑자기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요…빗소리 정말 좋지 않아요?”
영화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리던 그가 조심스레 말을 끊고 창문 밖 내리는 비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대뜸 비 오는 날에 지짐이 생각나는 재미난(?)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엉뚱함에 얼이 빠지는 것도 잠시, 무표정한 얼굴에 특유의 억양으로 내뱉는 그의 말에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기작 ‘도리화가’를 위해 기른 머리를 검지로 몇 번이고 넘기며 그는 천천히 자신의 말을 전달했다.
배우 송새벽(35)이 지난 20일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을 선보였다. 영화는 연애에 실패만 하다 운명적인 남자 현석에 푹 빠진 은진(강예원)의 이야기다. 현석에게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웃음과 스릴을 주는 반전 로맨스다. 극중 송새벽은 은진의 일곱 번째 남자친구 현석을 열연했다.
“어느 날 밤 (강)예원 씨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함께 해보자고요. 그 뒤에 시나리오를 줘서 읽어봤는데 좋더라고요.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출연했죠. 시나리오가 굉장히 독특했어요. 왜 우리가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진짜 있어?’ 싶을 정도로 큰일이 일어나잖아요. 그런 사건과 사랑이 접목된 부분이 독특했죠. 특히 전개 방식과 스피드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상투적이지 않았죠.”
그가 연기한 현석은 완벽하지만 수상한 남자다. 훈훈한 외모에 탄탄한 직장, 거기에 성격까지 좋은 그는 제멋대로인 은진을 항상 배려할 줄 아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하지만 그에게는 오랜 시간 감춰온 위험한 비밀이 하나 있다.
“현석을 위해 참고하거나 준비했다거나 이런 느낌은 크게 없었어요. 애드리브도 없고요. 워낙 시나리오가 재밌었으니까요. 대신 감독님과 (강)예원 씨와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접목되는 신들을 어떻게 잡아 나갈 건가 고민했죠. 다행히 감독님이 굉장히 열린 분이었어요. 연출을 열어놓고 하셔서 고민을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었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창작된 부분도 많았어요.”
송새벽이 언급했듯, 그의 이번 영화 출연에는 강예원의 공이 컸다. 시나리오에 매료된 강예원이 그를 상대역으로 추천하면서 자연스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앞서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조선미녀삼총사’에서도 깜짝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사실 절친한 친구 사이다. (송새벽의 말을 빌려)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다가다 술자리에서 만난 사이’다.
“한 5년 전인가? 그 즈음 처음 만났어요. 나이도 동갑인 데다 워낙 (강)예원 씨가 시원시원하고 활발해서 금방 친해졌죠. 이후 생일에 초대도 해주고 같이 술도 하고 그러다가 ‘우리 같이 촬영해도 재밌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현실이 된 거예요. 물론 애정신에서는 걱정이 되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입 맞추는 신을 찍는데 서로 ‘빨리 찍고 가자’고 그랬죠(웃음). 그래도 친한 사이라 확실히 촬영 분위기는 편했어요.”
지난 1998년 연극 ‘피고지고피고지고’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송새벽은 2009년 영화 ‘마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영화에 발을 담갔다. 촬영을 앞둔 영화 ‘도리화가’까지 합치면 5년간 출연작만 16편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말에 그는 되레 “제가요?”라고 반문하며 “그렇게 많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웃었다.
“일한다는 건 감사해야 하죠. 많이 하지만 사실 영화 ‘아부의 왕’ 찍기 전에 1년 정도 텀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꽤 공백기가 길었죠.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고 나름의 사정도 있었거든요. 할 때 잠시 쭉 해서 그런 거지. 초반에는 사실 연기가 소모된다는 평도 있었고요. 뭐 어찌 됐건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건 감사한 거죠.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도 없어요. 생각한들 계획적으로 되지 않잖아요. 한번 계획을 세우고 해보려다가 안 되니까 속만 상하더라고요(웃음).”
좋은 작품을 만나면 여전히 “쿵쾅쿵쾅 한다”는 그는 언제나 연기적인 숙제를 떠안고 산다고 했다. 관객들에게 매 작품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배우로서 의무이자 거기서 오는 마음의 무게다. 하지만 이 또한 그의 연기 생활에 원동력이 됨은 틀림없다.
“어떤 관객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가 항상 숙제를 떠안고 살죠. 어떻게 보면 이 숙제를 떠안고 있다는 자체가 또 다른 원동력일 수도 있죠. 쉽지도 않고 정답도 없는 듯해요. 그저 작품마다 호흡이 따로 있듯이 매 작품 다른 이야기를 잘 전하는 전달력을 연구해야죠. 어쨌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 좋음이 원동력이 돼 밑바탕에 있는 거예요. 물론 앞으로도 그 힘으로 열심히 해나갈 거고요.”
“실제로도 로맨티스트? 노력은 하는데…”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