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진정·유가 하락 호재..환율은 악재
[뉴스핌=정경환 기자] 항공업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진정에 더해 유가 하락 호재를 맞아 실적 개선 기대가 컸으나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이익이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서 항공사 실적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 감소분이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며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달 30일 배럴당 59.56달러에서 지난 30일 52.53달러까지 11.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 중질유와 북해산브렌트유도 각각 18.4%, 16.2% 하락하며 배럴당 48.52달러, 53.31달러를 기록 중이다.
반면, 환율은 지난 5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30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170.40원으로 연고점을 찍었다. 올 4월 29일의 연저점 1068.10원보다 8.7% 상승한 수치다.
항공사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요인"이라며 "그 중에서도 유가가 좀 더 영향이 크긴 하지만, 기름을 달러로 사니까 환율 영향 또한 크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가 1달러 하락 시 92억원 비용 감소 효과가, 환율 10원 하락 시에는 80억원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부채비율 높아 환율이 오르면 외화환산손실 생긴다"며 "기름 결제도 달러로 하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름값이 오르는 것이 되므로, 유가 하락 부분을 환율 상승이 상쇄시키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가 지나가고,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이 발목을 잡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814억원, 197억원이다. 3개월 전 예상 실적 대비 각각 52.95%, 74.71% 하향 조정됐다. 한진칼(진에어)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188억원도 3개월 전보다 16.81% 떨어진 수치다.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은 올 2분기 경상이익 112억원으로 지난 1분기 211억원 대비 거의 반토막났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아무래도 메르스 영향이 크다"며 "환율은 지금보다 3분기 이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대한항공의 연료단가는 배럴당 85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2.8%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예상 연료비 절감은 전년동기 대비 3362억원에 달하나, 환율 상승으로 실제 유류비 절감 효과 중 1125억원이 상쇄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급유단가가 배럴당 83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4.1%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전년동기 대비 1705억원의 연료비 절감이 기대된다. 다만, 환율 변동으로 인해 214억원의 유류비 감소 상쇄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에 대한 전망들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의 2015년 연간 영업이익을 7638억원에서 6276억원으로 17.8%, 아시아나항공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904억원에서 2611억원으로 10.1% 하향 조정한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메르스 회복도 아직 멀었다"며 "중국, 일본 관광객 수요가 예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9월은 돼야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