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한국투자공사(KIC)와 국제원산지정보원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사실상 안홍철 KIC 사장에 대한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반면 안 사장은 과거 행적에 대해 거듭 고개숙여 사과하면서도 사실상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도 중도사퇴에 대한 요청을 받았음이 밝혀졌다.
▲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지난해 7월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일 안 사장의 기재위 국정감사 출석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사진=김학선 기자) |
김 의원은 “안홍철씨가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의 100% 국민통합 공약 파기를 상징적 보여주는 것이다. 안홍철씨는 반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며 “안홍철씨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 자체가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안홍철씨가 저 자리에 앉아 있는(KIC 사장) 한 야당은 국회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끝내 이날 KIC와 국제원산지정보원에 대한 국감을 서면질의로 대체하겠다며 국감을 끝냈다.
안 사장은 한때 인터넷 공간에서 독다방DJ라는 필명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야당대표 등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비판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국회 기재위의 파행이 거듭되면서 급기야 여야가 (안 사장을) 중도사퇴 시킨다고 합의한 바 있다.
현 최경환 부총리가 이같은 합의의 여당 파트너였다. 또 최 부총리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와 지난해 올 세법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시에도 안 사장의 중도사퇴를 전제로 했었다.
당시 이 합의의 야당 당사자인 김현미 의원은 “여야 합의로 기재위는 KIC 안홍철 사장의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빨리 사퇴할 것과 임명권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한바 있다”며 “이후 1년여 넘게 안홍철씨가 이 자리(KIC 사장)에 앉아있다. 그간 기재부 장관 사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들은 누굴 말하나, 프랑켄 철수는 누굴 말하나, 어떤 사람들을 종북이라고 표현하나, 한겨레신문은 종북인가 한겨레 폐간운동도 했는데 지금도 그리(폐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안철수 의원을 선동꾼이라고 지금도 생각하나, 고등학교 후배(문재인 대표)에 대해 이완용보다 더 나쁜사람이라고 어떻게 말하나” 등 과거 안 사장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했던 말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냈다.
윤 의원은 이어 “그나마 입에 담을수 있는 정도만 이야기한 것이다. 심지어 욕설에 가까운 표현과 정말 천륜을 거스르는 표현도 있다. 이런게 한두가지 아니다. 이건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서 기관장으로서 자격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상식인으로서 인격의 문제”라며 안 사장을 몰아붙였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수출입은행장도 그렇고 선거때 댓글이나 달고 그 기관장이 된다면 그 기관의 신뢰성이 있겠느냐, 댓글의 내용이 매우 비열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국격으로 인식할 것이다”며 “적정 외환보유고 규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답변하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 국부를 어떻게 운용하겠느냐. 점잖게 말한다. 그만두시는게 낫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같은 야당의원들의 집중포화에 안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문채 상당시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 한사람의 실책으로 기재위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이런 질문까지 받게 되는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고 반성한다”며 거듭 사과했다.
다만 그는 “과거 2년간 해온것과 앞으로 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상 사퇴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최경환 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 유승민 전 여당 원내대표로부터 사퇴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윤호중 의원의 질문엔 상당시간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급기야 정희수 위원장까지 나서 “답변해봐라 좌고우면 하지말고”라며 답변을 종용했다.
안 사장은 결국 “예 있었다”라고 짧게 답했다. 세명으로부터 다 요청받은게 맞느냐는 질의엔 “그렇진 않다”고 밝혔다. 결국 최 부총리, 안 수석 등 한명한명씩 (사퇴) 요청받은 사실을 묻고서야 “맞다”라고 답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KIC의 대체투자 등 투자수익 쪽에 질문을 집중하면서 안 사장 중도사퇴 이슈에 대해 비켜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