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제20차 이산가족상봉, 70년의 기다림…“살아있어줘서 고마워요” <사진=‘추적60분’ 방송 캡처> |
이날 ‘추적 60분’에서는 분단 70년, 실향민들의 삶을 통해 앞으로 이산가족상봉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이순규 할머니는 1950년 전쟁으로 남편인 오인세 할아버지와 생이별을 했다. 그 때 나이 19세, 결혼하신지 불과 7개월이 되던 때였고 뱃속에 임신 3개월에 접어든 아들도 있었다.
열흘만 훈련 받고 오겠다며 떠났던 남편, 짧은 이별일 줄 알았던 순간의 이별이 평생이 됐다. 그렇게 헤어진지 65년, 할머니는 남편이 썼던 그릇, 요강, 구두를 소중히 간직해왔다. 그리고 남편이 죽었을거란 생각에 37년 간 제사를 지내왔다.
그러던 지난 12월, 할머니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북에 있는 남편이 할머니를 찾는다는 소식이었다. 평생 가슴속에만 묻어왔던 남편이었다.
제20차 상봉자 이순규(84) 할머니는 “살았으니까 고맙다고 해야죠. 세상 떠난 줄 알았는데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할 말이 태산같은데 그 말부터 나오겠지요”라고 말했다.
올 해 98세이신 구상연 아버지는 이번 상봉자 중 최고령자다.
할아버지도 얼마 전 북에 있는 부인과 두 딸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종이 한 장을 받았다. 헤어질 당시, 어린 딸에게 신발을 사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섰던 아버지. 70여년이 넘도록 지킬 수 없었던 그 약속을 아버지는 98세 노인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렇게 구상연 할아버지는 딸의 신발을 품에 안고 금강산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을 다시 만나기까지 이렇게 긴 세월이 필요할지 아무도 몰랐다. 70여 년 하루도 빠짐없이 꿈꿔온 순간. 꿈에라도 만날 수 있을까 잊지 않고 불러오던 이름들. 이제 그 이름을 소리내어 부를 수 있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상봉자들. 그리고 상봉자들의 그 날을 제작진은 카메라에 담았다.
실향민 조장금(83) 씨는 “피붙이라도 만나보고 만져보고 죽고싶은 마음이었어. 피붙이라고. 그런데 이젠 포기하는거야. 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해”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70여 년 끝에 드디어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회를 놓친 이산가족들은 또 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다른 가족들의 상봉을 TV로만 지켜보게 된 6만 여 명의 이산가족들. ‘추적 60분’ 제작진은 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산가족 홍성녀(84) 씨는 “18살 피난 나왔을 적에는 엄마가 그리워서 매일 울었지. 항상 머릿속에, 마음속에 있지. 그런데 이미 다 돌아가셨을테니까 보긴 다 틀렸다, 이런 맘 먹고 살고 있지”라고 말했다.
홍성녀 할머니도 인민군 징집을 피해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양키시장에 왔다. 할머니는 20년 전에 상봉신청을 했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할머니는 눈물부터 고인다. 양키시장은 북쪽과 가까워 황해도에서 온 피난민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궜던 곳. 한때 가게마다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 외로움만 남은 곳이다. 이번 생애에서는 틀렸다며 고개를 젓는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는 끝내 양키시장을 떠나지 못한다.
이산가족 박윤석(84) 씨는 “이렇게 영영 헤어질 줄 알았으면 죽더라도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하고 같이 있었을텐데”라며 가족을 그리워했다.
박윤석 할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 황주군이다. 할아버지는 6.25 전쟁으로 북에 계신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할아버지는 혹시나 가족들이 전쟁통에 남한으로 내려오진 않았을까 32년 전 여의도 KBS까지 달려와 며칠 밤을 새가며 가족들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만날 수는 없었다. 그 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신지 어언 30여 년.
올 해 여든 넷이 된 할아버지는 올 해 추석에도 성묘 대신 임진각이 있는 파주로 향한다.
매일 밤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신다는 할아버지. 죽기 전 가족들을 한 번 만나는 게 소원이라는 할아버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적십자 국제남북국장 김성근 씨는 “저희가 상봉 대상으로 하는 분들이 6만 명 정도 된단 말이죠. 그 분들 중에서 100명을 뽑다보니까 사실 거의 대부분은 다 탈락하시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거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년 8개월 만에 제20차 이산가족상봉이 성사됐다. 상봉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12만 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중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은 약 2천 명. 고작 1.7%만의 이산가족이 가족들을 만났다. 현재 살아계신 신청자들은 65,907명, 상봉대상자는 겨우 100명이다. 경쟁률이 무려 660:1에 달한다.
이산가족 2세 구형서(43) 씨는 “지금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앞으로 제가 볼 때에는 어르신들 10년, 15년이면 다 돌아가실 것 같은데 경험 못 해본 사람들은 정말 몰라요. 이게 우리 가족만의 아픔이 아니거든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6만3921명의 이산가족이 꿈에 그리던 가족들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이산가족 사망자는 연간 3800여 명. 고령화 등 여러 사회적 수치를 고려해 볼 때 25년 내에 모든 이산가족이 돌아가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70년. 이산가족상봉에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다.
한편, ‘추적60분’은 매주 수요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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