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금융청이 이르면 올가을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엔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다고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신호로, 국제송금과 기업 간 결제, 자산 운용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 JPYC, 첫 발행 기업으로 나서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는 핀테크 기업 JPYC다. 이달 안에 금융청의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수주 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발행될 코인의 명칭은 기업명과 같은 'JPYC'로, 1JPYC가 1엔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다. 담보는 예금과 국채 등 안전성이 높은 자산으로 유지한다.
이용 방식은 간단하다. 개인이나 기업, 기관투자가가 구매 신청 후 대금을 송금하면, 보유한 전자지갑에 JPYC가 입금된다. 해외 유학생 송금 같은 국제송금, 기업 간 결제, 블록체인 기반 자산운용 서비스인 분산형 금융(DeFi)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JPYC는 향후 3년간 1조엔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헤지펀드와 패밀리오피스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리 차익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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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 [사진=블룸버그] |
◆ 일본 내 수요 창출과 규제 정비 속도가 관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달러화나 엔화 같은 법정 통화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된다.
일본은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이를 '통화 표시 자산'으로 규정해 다른 암호화폐와 분리, 은행·신탁회사·자금이동업자가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JPYC 발행은 그 법적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첫 사례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달러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주류다. 특히 테더(USDT)와 USDC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약 347조원)를 넘어섰다. 씨티그룹은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최대 3.7조달러로 커지며 현재의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규제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7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리 규칙을 정한 'GENIUS 법'을 제정했고, 홍콩도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해 위안화 표시 발행 환경을 갖췄다.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 도입도 활발하다. 미국 전자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는 5월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납 서비스를 시작했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6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일본 내에서는 SBIVC트레이드가 금융청 등록을 마치고 이미 USDC 거래를 개시했다.
일본의 JPYC 발행은 그동안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뒤처졌던 일본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국제송금 비용 절감, 기업 간 결제 간소화, 블록체인 기반 자산운용 확산 등에서 '엔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달러화 기반 코인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일본 내 수요 창출과 규제 정비 속도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