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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유로 단호한 정책 기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확대 가능성은 이미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사안이지만 22일(현지시각)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몇 가지 정책 기조를 보다 선명하게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유로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행보에 대한 전망이 엿보인 점에서 투자자들이 강한 흥미를 내비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먼저 시선을 끄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다. ECB가 월 600억유로의 비전통적 부양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 3월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 마이너스로 떨어진 직후였다.

이후 완만하게 상승했던 인플레이션은 9월 마이너스 0.1%를 기록해 다시 하강 기류로 접어들었고, 이번 회의에서 ECB는 QE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ECB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추이에 크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리스크 방지를 최우선적인 정책 목표로 둔 결단력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연말 QE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서 유로존 정책자들의 응집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는 여전히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에 혼선을 빚고 있는 미국 연준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일부 유로존 정책자들은 성급한 QE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상당히 단호하게 비둘기파 색깔을 드러낸 것은 내부적인 이견과 마찰이 해소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한 가지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 가운데 투자자들이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인 것은 이미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뜨린 초과 지급준비금 이자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엿보인 점이다.

최근까지 드라기 총재는 더 이상 추가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유로존 신용시장과 경제 펀더멘털의 여건이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수개월 사이 유로화의 반등이 반갑지 않은 정책자들의 속내도 이번 회의에서 확인됐다.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한 카드 중 하나가 유로화 평가절하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하강에 제동을 거는 한편 수출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복안이다. 드라기 총재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전망이 저하될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하자 글로벌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유로화 하락 베팅으로 반응했다.

드라기 총재의 QE 확대 발언은 미국 연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12월 ECB가 실제로 추가 QE 계획을 내놓을 경우 이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를 불과 2주 앞두고 부양책 확대를 발표하는 셈이 된다.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꺾였지만 여전히 일부 시장 전문가들과 연준 정책자들은 12월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거나 이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그가 12월 연준의 긴축 가능성을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혹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에 대해 달갑지 않은 속내를 흘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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