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는 '한산', 국산 브랜드는 '인산인해'
[뉴스핌=박예슬 기자] #. 24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 속에도 매장은 손님들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9층 면세점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곳이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이다. 미샤, 잇츠스킨,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등 국산 유명 로드숍 브랜드들은 거의 다 입점해 있다.
이날 국산 브랜드 매장 대부분의 매대에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물건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계산대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다.
반면 같은 층 반대편의 수입 럭셔리 브랜드 매장으로 이동하자, 한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국산 브랜드의 혼잡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을 정도로 손님 수가 한층 적어 보인다.
![]() |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9층 화장품 매장 전경.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국산 브랜드 매장(왼쪽)과 상대적으로 한산한 수입 브랜드 매장(오른쪽)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박예슬 기자> |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면세점의 뷰티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면세점은 ‘명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는 과거의 인식과는 달리 국산 로드숍 브랜드를 찾는 손님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로드숍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로 전체 매출 액수는 크지 않지만 ‘손님 끌기’에는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24일 찾은 한 면세점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을 내 보면 명품 브랜드 쪽이 아무래도 단가가 높아서 상위를 차지하지만 방문객수로 보면 국산 브랜드가 압도적”이라며 “명품은 어딜 가나 구입할 수 있지만 ‘K-뷰티’ 브랜드는 한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면세점 업계도 점차 국산 브랜드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말 신규 오픈한 면세점들의 경우 국산‧중견 브랜드와의 ‘상생’을 내건 만큼 ‘K-뷰티 전용관’등을 만들어 관광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점한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은 전체 화장품 브랜드 중 국산 브랜드가 총 150여개 브랜드 중 70여개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6층에는 국산 화장품 브랜드만 모아서 구성한 ‘K-코스메틱’ 코너를 마련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매장 중 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방문객 수가 가장 많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달 개장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63도 최상층인 3층에 국산‧중소기업 브랜드 전용관을 마련하고 다수의 국산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등을 입점시켰다.
갤러리아면세점 관계자는 “매장 입점 화장품 브랜드 100여개 중 70여개가 국산 브랜드이며 이 중 후‧설화수‧숨 등의 브랜드가 인기”라며 “전체 화장품 매출 중 국산 브랜드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면세점도 K-뷰티 손님 끌기에 열중이다. 오는 6월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잠실점은 지난 2012년부터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던 제품 이름을 딴 ‘BB크림존’을 만들고 국산 화장품 브랜드 구역을 조성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3~4년 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국산 화장품 브랜드존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이 주요 타깃”이라며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