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핌=장주연 기자]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면 단언컨대 그건 판타지다. 연기를 떠나 비현실적인 외모가 판타지물과 만났을 때 시너지는 어마어마하다. 모두 다른 느낌이지만, ‘전우치’(2009)가 그랬고 ‘초능력자’(2010)가 그랬으며 ‘검은 사제들’(2015) 역시 그랬다. 그리고 올가을 신작 ‘가려진 시간’을 통해서 그 정점을 찍었다. 소년과 어른,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신비로운 그의 얼굴은 타임슬립 설정이 더해진 동화 판타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배우 강동원(35) 또 한 번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돼 나타난 성민(이효제·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 세상은 몰랐던 그 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강동원은 멈춰버린 세계에서 홀로 성장한 성민을 연기했다.
“쉽지 않은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잘 만든 듯해요. 특히 특정 연령과 성별에 포지셔닝 될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에 남성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첫사랑 이야기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물론 전 첫사랑보다는 휴먼드라마로 접근했죠. 성민이랑 수린이가 그 전에 다른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었을지 어떻게 알아요(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돌아왔을 때 ‘수린이가 아직도 날 좋아해 줄까?’ 정도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죠. 자칫 잘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 |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정확히 3분의 1이 지난 후 등장한다.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남루한 옷을 입은 채. 외형상으로만 보면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자란 건 몸뿐. 성민은 시간이 멈추기 전 소년의 정서를 그대로 품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너무 어른처럼, 혹은 너무 애처럼 할 수 없었어요. 또 자칫 잘못하면 빠질 수 있는 캐릭터라 관객을 놓치면 안됐고요. 그래서 톤 조절에 신경을 썼죠. 대충 콘셉트는 있었어요. 혀 짧은, 아기 같은 소리를 조금 가미한다는 것.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다만 주의한 건 남자들이 봤을 땐 오글거리면 안된다는 거였죠. 오글거릴 때 즈음 손을 펼 수 있을 정도여야 했어요(웃음). 그래도 나름대로 그 적정선은 잘 잡은 듯해요.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나름 훌륭하게 해낸 듯해요. 잘했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나쁘진 않았어요.”
혼자만 시간이 흘러간 설정이니 당연히 상대 배우는 성장(?)하지 않았다. 시간이 멈추기 전 성민을 연기했던 이효제의 파트너 신은수가 그대로 강동원의 파트너가 됐다. 스물한 살이나 어린 상대 배우. 일 년에 기본 두 편씩, 꽤 오랜 시간을 연기해온 강동원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아역배우라고 해서 특별히 조언해준 건 없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누구에게도 제 생각을 강요할 필요는 없죠. 다만 제 경험상 쭈뼛쭈뼛할 수 있으니까 그건 신경을 썼어요. 어쨌든 아직은 어린 친구니까 좀 더 편하게 해주려고 고민했죠. 근데 은수에게 바로 이야기하지도 않았어요. 은수 액팅 코치를 거쳤죠. 사실 그 친구부터 절 어려워하더라고요(웃음). 저보다 어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 친구랑 다 같이 밥을 먹고 그랬죠. 선생님을 먼저 편하게 해주는 게 은수를 편하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은수야 처음부터 잘했던 친구였어요. 귀엽고 꾸밈이 없었죠.”
![]() |
힘든 시간(이 영화는 무려 20회차를 오버해 찍었다)도 있었지만, 어찌 됐건 ‘가려진 시간’은 기대 이상으로 잘빠졌고 평단의 호평도 적잖게 듣고 있다. 무엇보다 개봉을 앞둔 지금,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상업성과 거리가 멀다. 유일한 상업성이 강동원이란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니다.
“‘전우치’ 때부터 꾸준히 잘되긴 했는데 ‘검사외전’(2016)이 예상치 못하게 크게 터져서 뭔가 분위기가 흥행 배우처럼 됐어요.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것들과 확실히 달라서 부담은 없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상업적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요. 물론 아주 상업적이라고 하기엔 소재가 낯설긴 하죠. 제가 유일한 상업 요소라는 건, 글쎄요. 사실 배우가 인지도가 약할 때보다는 높을 때 투자가 더 늘어오겠죠. 그럼 예산이 더 늘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는 그 말이 맞는 말일 수도 있네요.”
강동원이 곧 상업 요소다. 이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강동원의 흥행 타율이 그만큼 높은 배우라는 걸 의미하기에. 실제 그가 말했듯 강동원은 ‘전우치’를 시작으로 최근작 ‘검사외전’까지 모두 성적이 좋았다. ‘엠(M, 2007)’을 제외하고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작품도 없다.
“제 자랑거리가 있었다면 실패한 영화가 거의 없다는 거죠. 수익률이 아주 높진 않지만, 늘 번트라도 쳐서 나갔으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홈런을 쳤다는 말도 했고요. 너무 자화자찬이죠(웃음). 아무튼 전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대박보다 실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그래야 새로운 장르나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저 또한 도전할 수 있겠죠. 장기적으로 봐도 ‘가려진 시간’처럼 다양한 영화에 도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봐요. 계속 상업적이고 상업성이 도드라지는 영화만 하면 그다지 좋을 게 없잖아요.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계속 비슷한 모습으로 나오면 지루하잖아요(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