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번 돈 미국 들여올 때 내는 세금 인하...'04년 3천억불 회귀
[뉴스핌=이에라 기자]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이 정책(송금세)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년 미국 증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송금세와 관련된 정책이다."-데이비드 웡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주식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경제성장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인프라 지출, 송금세 인하입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 있는 현금을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송금세 인하는 기업들에게 성장을 위한 투자 또는 주주에 자본을 되돌려주는데 있어 더 큰 유연성을 갖게 할 것입니다."- 에드워드 퍽스 프랭클린템플턴 그룹 선임 부사장 겸 주식부문 운용총괄(CIO)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인 '송금세(repatriation tax) 인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운용사들은 가장 주목할만한 트럼프 공약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송금세란 해외에 있는 미국 다국적기업이 해외에서 벌었던 돈을 미국으로 가져올 때 내는 세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 35%에 달했던 송금세를 한시적으로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행 법인세율도 1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35%에 달했던 송금세율을 놓고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은 불만을 드러낸바 있다. 과거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송금세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송금세율이 한시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거는 전문가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미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송금세를 인하했을 때 3000억달러 이상이 미국에 유입됐다. 당시 이 돈은 자사주 매입에 활용됐다. 2003년 연간 기준으로 S&P500지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실행 비율은 -4% 감소했었지만, 2004년과 2005년 각각 84%, 58% 증가했다.
데이비드 웡 AB운용 주식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송금세 인하율이 8%일지 10%일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세금 우대 기간이 상당한 기간 동안 적용될 것"이라면서 "과거 세금 우대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 승인이 크게 성장했는데, 이는 민간 부문의 양적완화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국 송금으로 가장 수혜를 볼 기업으로는 역외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술주 등 IT, 헬스케어 등을 꼽았다. 애플, MS,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미국 IT 대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전체 비금융기업들이 보유한 양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송금세 인하 효과가 고용 확대나 실물 경제를 크게 성장시키진 못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들은 2004년 송금세 감면 당시 신규 고용 확대보다는 직원을 해고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주매입이나 배당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주식시장에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시 미국경제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세금감면 대상이 된 현금의 92%는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에 쓰였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인하 중 하나인 송금세 인하 정책은 기업이 미국으로 송금할 때 한번만 적용되는 '원 타임' 이벤트"라며 "자금 유입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특히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해외 법인에서 자금을 많이 유입시킬 것"이라며 "송금세 인하 정책 하나만으로 증시가 부양되기 보다는, 소득세 인하나 다른 정책과 같이 맞물려 수요 창출이 나타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