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가능 질환 확대...통계 발달·의료 발전 영향
[뉴스핌=김승동 기자] # 여수에 사는 고진성(51세, 남성)씨는 30대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앓고 있어 건강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 그러나 최근 성인병 유병자도 보험사 방문 절차 없이 전화심사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소식에 즉시 가입했다.
보험사들은 고령화 시대에 증가하는 유병자 그룹을 새로운 시장으로 파악하고 전화심사 가능 질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전화심사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2015년 약 1500명, 지난해에 약 1800명 각각 늘었다. 지난 2014년에 약 500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등도 비슷하다.
전화심사란 보험사에 의무기록지 제출이나 보험사 소속 간호사의 방문진단 없이 전화심사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삼성화재는 2014년 고혈압과 고지혈증만 전화심사를 허용했다. 지금은 디스크(추간판탈출증),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 백내장, 갑상선염, 갑상선기능항진증, 요로결석, 통풍, 녹내장 등 10개 질병으로 늘렸다. 메리츠화재는 15개 질병을 허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전화심사 가능 질병 2가지 이상에 중복 노출돼도 가입시키고 예를 들어 고혈압과 고지혈증, 갑상선염 등 질환에 동시에 노출된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다.
이전에는 관련 통계 부족으로 상품 개발이 어려웠다. 보험료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하며, 보험금은 얼마나 지급해야 적당한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통계가 정교해지면서 할증을 부여한 상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또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만성질환자의 위험성이 낮아진 것도 전화심사 상품 확대 이유 중 하나다.
또 유병자 상당수는 고령자다. 고령자들은 보험사를 방문해 서류를 제출 하고 가입하기가 번거롭다. 그렇다고 온라인 상품에는 익숙하지 않다. 설계사가 컨설팅한 후 전화통화만으로도 가입 가능한 상품이 고령자들에게 편리하다.
가입자도 월 10만원 내외의 소액을 내고 진단비와 수술비 등 고액의 의료비를 마련할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말부터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며 “당분간 전화심사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질병과 상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약 10년 전부터 전화심사 상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