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주요 은행의 실적이 엇가린 가운데 뉴욕증시는 완만한 내림세를 지속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의사가 없다고 언급, 정책 이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붙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투자자들은 주말을 앞두고 소극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138.61포인트(0.67%) 떨어진 20453.25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15.98포인트(0.68%) 내린 2328.95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31.01포인트(0.53%) 하락하며 5805.15에 거래를 마쳤다.
출발부터 약세 흐름을 보인 뉴욕증시는 장 후반 미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의 IS(이슬람 국가) 근거지에 대형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히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소위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GBU-43이 실제 전투에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와 백악관은 폭탄 투하에 대해 테러 조직의 격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14일 휴장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자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금융주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JP모간과 씨티그룹은 트레이딩 부문의 호조에 따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창출했지만 웰스 파고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특히 JP모간과 씨티그룹은 1분기 각각 255억9000만달러롸 181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웰스 파고는 주택 담보 대출 부문의 위축에 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한 가운데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700만주 이상 지분을 팔아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압박을 받았다.
웰스 파고가 3.3% 급락했고, JP모간과 씨티그룹 역시 이익 호조에도 각각 1.2%와 0.8% 하락했다. 어닝 시즌의 출발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마크 케프너 이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날 기업 실적이 긍정적이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안겨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발언이 혼란을 일으키면서 주식시장에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5.5에 거래된 가운데 금 선물이 1% 가까이 오른 온스당 1288.50달러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원유시장 수요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국제 유가가 0.1% 소폭 오른 배럴당 53.18달러에 거래됐지만 셰브런이 2.6% 밀렸고 마라톤 오일 역시 3% 이상 하락하는 등 관련 종목이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화는 반등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하락했던 달러 인덱스는 이날 0.36% 상승했다.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보합을 예상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과 빗나갔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1000건 줄어든 23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