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공장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생산성 떨어지고 인력 충원에 비용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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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하루 8시간, 1주일 52시간 근무제”를 선언한다. 노동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의도다. 생산성 감소가 불가피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20일 박상모 기아차 노조 기획부장은 “잔업 없는 8시간 노동제도와 토-일요일 포함한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확립해 전체 임금총량이 줄면 이 돈으로 회사가 국내 공장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여름 휴가 직후(8월)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기술직 생산직 등 필수근로자의 올해 예상 연간 근로시간은 3000시간으로 9/9(주간 8시간, 9시간 2교대) 근무제가 시행된 2014년~2016년 평균 3079시간보다 79시간 감소한다. 10/10(주간 2교대 10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2012년보다는 3339시간이나 줄어든다.
하루 8시간 근무제를 담보하기 위해 ‘임금과 물량보전’ 방식의 근무형태 변경은 피한다. 공장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만큼 잔업과 물량을 늘려 수당을 받았다.
올 1월 기준 생산, 기술직 등 공장 근로자 2만3000여명의 임금구조를 보면,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월평균 급여는 530만원으로 이중 잔업/특근 및 심야 등 평균수당은 66만원이다. 통상임금(기본급+통상수당) 292만원의 23%나 된다. 기아차 임금규정 43조에는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 근로는 통상임금의 26%를 특근수당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상여금 750%, 휴가/귀향 교통비 190만원, 선물비/유류비 60만원을 포함해 근로자들이 실제 받는 월 평균급여는 800여만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임금 보전은 됐지만 노동 강도는 악화됐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물량을 UPH-UP 방식으로 보전하다 보니 임금 보전은 되지만 노동 강도는 심해져, 삶의 질 향상이라는 근무형태 변경 원칙에도 맞지 않고 사측이 국내공장보다 해외에민 투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 지은 마지막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으로 20년 전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회사 측은 입장이 난처하다. 노조가 먼저 근무시간 카드를 내밀어, 현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과제에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연장근로 혹은 잔업수당은 우리나라처럼 경직적인 노동환경에서 경기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연장근로 할증률이 국제노동기구(ILO)보다 2배나 높은 우리 법제에서 연장근로는 추가소득이었다”면서 “노사의 입장을 고려해 2015년 노사정은 규모별 4단계 순차 도입과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1주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한꺼번에 16시간 줄어들게 되면 노사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5~8년에 걸쳐 단계적(68시간 → 60시간 → 52시간)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임금 구조가 시간외 수당이 줄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 큰 손해는 아니지만 회사 측만 손해본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의 연도별 임금 항목변화를 보면 2012년 기본급이 24%, 시간외수당이 15%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기본급은 28%로 3% 늘었고, 시간외수당은 8%로 6% 감소했다. 시간외수당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이 큰 변수가 안된 것이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비용은 늘어날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약 26만6000명의 인원이 부족해지지만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12조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기업에 불리하게 국회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을 한데 묶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은 “우리의 노동시간은 법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면서 “법정노동시간을 줄이고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