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미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사실상 무역 전쟁을 선포한데 대해 중국 현지 전문가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미국의 대중 적자 문제는 단순히 중국 때문만이 아닌 미국산 제품가격 경쟁력 상실에 따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미국이 공정무역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1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등과 관련해 조사를 시작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15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변인 성명을 즉각 내놓으며 반박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 및 관변학자를 동원해 미국의 통상법 301조야말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후 중국 당국은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상황 정리에 나선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중국 현지 전문가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칭화대학(清華大學) 중미관계 연구센터 저우스젠(周世儉) 연구원은 중국 유력 매체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을 살펴보면 사실상 대중국 무역 적자가 줄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미국이 공정무역을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내세우며 중국 시장 개방, 자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북한 문제 관련 대중 압박 등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미국산 제품 자체 경쟁력 상실에 따른 결과이지 단순히 중국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저우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101개 국가를 대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대중 적자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나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상품 경쟁력 상실에 따른 결과이지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저우 연구원은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해 ‘100일 계획’을 시행했고 액화천연가스 수입 규제 완화, 미국산 쇠고기 및 쌀 수입 허용 등과 관련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해당 분야 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상반기 15.6%가 증가했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시점에서 미국이 슈퍼 301조 발동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억지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중 압박용으로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상무부 연구원 국제시장 연구소 바이밍(白明) 부소장은 “과거 중국 기업이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몇년간 중국은 ‘제조강국’으로 변모를 강조하며 당국 차원에서 지재권 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특허법’, ‘저작권법’ 등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법원을 설립하는 등 지재권 보호를 위한 법률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미중 무역 전쟁 본격화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저우 연구원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 방직물,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상품이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라며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제품 수입을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미국은 물가 상승 및 자체 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양국간 무역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지 유력 매체 21스지징지바오다오도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 여부 결정까지는 증거 확보 및 조사 등에 1년여 시간이 소요된다”며 “단기적으로 볼 때 이번 조치가 미중 양국 교역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기업의 대미 수출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견이다. 특히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두고 있는 중국 A주 상장사의 경우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유력 매체 왕이차이징(網易財經)에 따르면 중국 A주 상장사 중 소비재, 인터넷 소매업, 석유·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등 업종 상장사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은 20% 이상이며, 일부 상장사의 경우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40% 이상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