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독창성 못지않게 표현작업도 중요한 회화 요소”
“송 씨 등은 조수 역할 아닌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마무리 작업·서명 후 판매 방식, 미술계 일반적 관행으로 볼 수 없다”
[뉴스핌=김규희 기자]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1)씨가 1심에서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술품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18일 사기 혐의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 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조 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대작 화가 송모 씨 등에게 그림의 90%를 그리게 하고, 조 씨는 이를 이어받아 가벼운 덧칠만을 한 뒤 서명을 남긴 것으로 봤다. 17명에게 총 21점의 그림을 팔아 1억5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판사는 “작품의 아이디어나 소재의 독창성 못지않게 아이디어를 외부로 표출하는 창작 표현작업도 회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피고인의 그림은 송모 씨 등의 도움을 받은 후 세밀한 묘사나 원근법, 다양한 채색 등 입체감이 더해졌다”고 했다.
또 ‘송 씨 등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단순히 피고인의 창작 활동을 돕는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기보다 오히려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비록 피고인이 제작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고 마무리 작업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창작적 표현 과정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이라며 “자신의 창작적 표현물로 판매하는 거래 행태는 우리 미술계의 일반적 관행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림 구매자 입장에서는 작가가 창작 표현까지 관여했는지가 구매 및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림 구매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긴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같이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그림 5점을 팔고 2천68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은 그의 매니저 장모(45)씨에게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