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내부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필리핀악어 250마리, 멕시코도롱뇽 100마리, 마다가스카르거북이 600마리, 폴로리다퓨마 180마리, 붉은 늑대 75마리. 이는 현재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이 동물들의 개체수다.
빌딩숲이 되어버린 도시에서 야생 동물을 찾아보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인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 식물이 모두 모여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살고있는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연의 존재를 알 턱이 없다.
11월10일 개막한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 展 포토 아크:동물들을 위한 방주’에서 사라지는 생태계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전시는 포토아크(Photo Ark)의 작업물이다. 포토아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의 조엘 사토리가 멸종에 위기에 처한 동물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작업은 10여 년 전부터 진행해왔다.
전시장 내부 <사진=이현경 기자> |
조엘의 사진은 멸종 위기의 동물과 자연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속 동물들을 살리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욱 연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가 흐른다.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의 얼굴이 보인다. 생소한 생물 종도 있고 동물원에서 봐온 친근한 동물들도 프레임에 담겼다. 이들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연에 집중하면 느낌은 또 다르다. 생태계 보존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함께 살아가는 이로서 가져야할 책임감과 경각심도 불러일으킨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 展 포토 아크:동물들을 위한 방주’ 전시의 특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시장 곳곳에 묻어난 사진 작가 조엘의 의도를 좀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법한 것을 모았다.
◇색션5번만, 커튼벽인 이유?
5번 섹션 <사진=이현경 기자> |
이 전시의 벽은 주로 화이트와 블랙으로 색상 계열을 맞췄다. 이는 특별히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전시를 둘러보다보면 5번 섹션에서 흰색 커튼으로 만든 벽을 볼 수 있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장례식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한해서라고. 이 커튼 위로는 멸종했거나 멸종할 해당 종의 마지막 생존자들의 사진이 올려져있다. 현재 2마리만 존재하는 컬럼비아분지피그미토끼, 그렇지만 두 마리 모두 암컷이라 더 이상의 종족번식은 불가하다. 또 세 마리만 생존한 북부사각입술코뿔소, 2016년 9월26일 죽은 채 발견된 랩날개구리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 벽, 아래로 축 처진 모양인 이유?
커텐 모양의 벽 <사진=이현경 기자> |
사진작품을 쭉 이어가다보면 남다르게 생긴 벽을 마주하게 된다. 위에서부터 바닥 아래로 축 처진 벽이다. 대부분의 섹션에서 이러한 디자인의 벽을 볼 수 있다. 바닥까지 늘어진 벽의 모양 때문에 관람객은 이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기 힘들다. 물론, 이 벽의 바닥을 발로 밟을 수도 없다. ‘밟으시면 안 돼요’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알고 보니, 이러한 모양을 한 것은 희귀동물 사진을 찍은 작업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사진작업을 할 때 45분간 작업을 준비하고 사육사들이 늘 동물들 곁에 대기한다. 그리고 동물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5분간 빠르게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커튼을 치는데, 이 벽을 커튼 형상으로 남겨둔 것이다. 자연과 동물을 소중하게 여긴 작가의 마음을 전시장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촬영하지 않는 이유가?
전시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포토 아크가 진행된 지도를 살펴볼 수 있다. 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작업한 흔적이 새겨졌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희귀종 동물과의 작업 결과가 없다. 다른 지역에 비해 희귀종의 분포가 적어서일 수도 있다.
여담을 더하자면, 조엘 사토리가 한창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포토 아크 작업에 열중하느라 오랜 기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고, 그 사실에 충격 받은 조엘 사토리는 ‘나에게 지금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미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업은 잠시 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모험심과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아크 포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