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르면 내년 상반기 지진특약 보험료·보장범위 확대
정부의 지원이 선행이라는 지적도
[뉴스핌=김은빈 기자] 포항 강진에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개인이 가입하는 화재보험의 지진특약의 보상범위와 한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특약 확대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내에 화재보험의 지진특약의 보험료나 보상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올해 5월부터 지진보험 관련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해 지진보험 관련 제도개편을 준비했다.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리실장은 “현재 지진특약의 보험료가 연 4000~5000원인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복구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화재보험의 지진특약의 보험료, 보장범위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하지만 요율을 정비하고 특약을 확대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은 주계약과 특약구조로 이뤄지는데, 특약은 따로 선택해서 가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를 올린다고 해도, 리스크가 큰 지진특약을 판매할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민간 보험의 지진특약 확대를 말하기 전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보험사의 지진특약은 풍수해 보험과 달리 정부의 보험료 보조를 비롯한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사의 관점에서 지진은 리스크가 큰데다 가입수요는 적어 판매에 나설 이유가 적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진은 동태적(動態的)이라 예측하기가 힘들고 요율도 안정적이지 않아서 민간 보험사가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민간 보험사가 한다고 해도 이걸 재보험해야하는데, 한국은 재보험관련 언더라이팅도 제대로 안돼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당국에서 일정 시기를 정해놓고 특약을 확대하자고 하는 건 성급한 것 같다”며 “현재 관련 요율이나 통계도 부족한데, 지진이 발생했다고 민간 보험사에게 지원도 없이 확대하라고 말하는 건 보험의 관점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가재보험제도나 정책성 보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처럼 국가재보험사를 만들어 민간보험사의 지진보험 위험을 정부가 짊어지는 방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재보험사를 운영하거나, 정책성 보험을 활성화하면서 노하우를 보험사에서 받는 식이 맞지 민간 보험사에게 맡기는 건 맞지 않다”며 "국가 중장기 과제로 설정해서 점진적으로 개편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동보험 형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성주호 교수는 “정부가 공사(公私) 연계차원에서 책임을 나누겠다는 논리라면 일종의 공동보험을 해야한다”며 “개별보험사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면 보험사들에게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모든 보험사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야 그나마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