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그' 두 번째 영상.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호주 작가 안젤리카 메시티가 ‘릴레이 리그(Relay League)'를 통해 공동체, 소멸하는 문화적 전통, 영성에 대한 관심을 소리와 몸짓으로 풀어낸다.
10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알젤리카 메시티의 개인전 ‘릴레이 리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스 부호의 조각적 해석과 공동체의 회복을 염원하는 소리와 몸짓의 연결 ‘릴레이 리그’ 이민자들의 연주로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문화간의 화음 ‘시민밴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릴레이 리그’는 3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물이다. 이곳에서는 구조물에 따라 걸음을 옮기며 3채널 영상이 차례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영상에는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위리엘 바르텔레미가 파리 교외의 한 건물 옥상에서 최후의 모스 전신을 정교한 악보로 번역하여 드럼을 연주한다.
안젤리카 메시티 <사진=이현경 기자> |
두 번째는 남녀 무용수가 스튜디오 바닥에 앉아 신체에 기반한 친밀한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자 무용수 에밀리아 위브론 베스터룬드는 시각 장애를 가진 신드리 루두네가 자신의 움직임을 촉지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마지막 영상에서는 첫 번째 영상과 동일한 사운드 트랙에 맞춰 춤을 추는 필리프 루랑소가 등장한다. 계속해서 영상을 살펴보면 두 번째 영상에서 만난 남녀 무용수도 등장한다. 즉, 우리는 마지막 영상에서 부호화된 모스가 소리로, 그리고 몸짓으로 변하는 과정과 마주하게 된다.
두 번째 영상에서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한국말로 된 통역에 대한 설명도, 자막도 없다. 이에 대해 안젤리카 메시티는 “서로의 대화방식이 긴밀한 형식이다. 그건 여자가 남자 무용수에게 말보다 몸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말보다)훨씬 더 중요한 것이고 관람객이 이 점에 집중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시민 밴드', 4채널 비디오 설치 <사진=이현경 기자> |
‘시민 밴드’는 4채널로 이뤄진 비디오 설치물이다. 네 개의 개별 화면으로 구성된 이 비디오 설치는 고향을 떠나 프랑스와 호주로 각각 이주한 네 명의 인물이 화면마다 릴레이로 등장해 고향의 전통 음악 기법으로 새롭게 각색한 연주를 펼친다. 이들의 연주가 끝난 뒤에는 흐릿하게 산란하는 불빛들이 마치 구호를 원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네 사람이 만든 네 가지 소리가 결합되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
안젤리카 메시티는 ‘시민 밴드’ 작업을 2012년에 했다고 밝혔다. 당시 호주 정부는 이민자에 대해 엄격했고 인권문제도 심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익명의 집단보다 개인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인이 자신의 고향으로 퍼포먼스를하면서 이동하는 이야기”라며 “직접적으로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음악이 주는 느낌을 통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릴레이 리그’와 ‘시민 밴드’ 모두 다채널 영상물이지만 구도가 다르다. ‘릴레이 리그’는 벽을 넘어 이동하면서 감상할 수 있고 ‘시민 밴드’는 4채널이 원을 그리고 있다, 구조의 차이를 둔 데에도 나름 이유가 있다.
'시민 밴드' 영상 속 인물. 몽골에서 온 부크출롱 갱보르게드가 시드니 뉴타운의 길모퉁이에서 마두금이라는 현악기에 맞춰 날카롭고 깊은 음을 내고 있다. <사진=이현경 기자> |
그는 “‘시민밴드’는 3층은 갇혀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있는 듯한 공통감각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여러 사람들이 그 중간에서 함께 보려면 가까워져야 하고 움직이면서 스크린을 따라가고 함께 따라가야한다. 서로 둘러싸여있고 안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릴레이 리그’에 대해서는 “각자 에피소드가 있고 하나씩 보면서 넘어가면서 작업이 펼쳐져야하기 때문에 각각을 분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공간에서 작업할 때 몸을 움직여야 하고 자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그리고 자신의 몸을 다른 사람의 몸을 인식하는 활동, 이것이 한 연쇄적인 네러티브로 펼쳐지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젤리카 메시티 개인전 ‘릴레이 리그’는 오는 1월12일부터 2월11일까지 이어진다. 1월11일 오후 5시에는 안젤리카 메시티, 알렉시 글라스-칸토르(호주 아트스페이스 디렉터),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가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린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